[사설] 환자 건강권 볼모로 파업 말라
입력 2013-10-24 18:29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23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강남 건강검진센터,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보라매병원 노조원들이 파업에 동참했다. 서울대병원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것은 6년 만의 일이다.
서울대병원 노사 간에 의견차가 워낙 커 파업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노조는 선택진료제 폐지, 임금 총액 13.7%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인력 충원, 적정 진료시간 확보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자가 예상돼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한 상황이어서 노조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파업 초기에는 환자들과 보호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할 뿐,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노조가 파업을 강행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할수록 의료 공백이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환자들과 보호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사회적 지위가 아무리 높아도, 재산이 차고 넘칠 정도로 많아도 일단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환자는 ‘의료 약자’에 불과하다. 병원 종사자가 ‘갑’이라면 환자는 ‘을’의 입장에 서게 된다. 특히 생명이 경각에 달린 중환자들과 그들의 가족은 ‘을’이 아니라 ‘병’이나 ‘정’의 처지로 밀려난다.
환자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병환이 위중한 환자일수록 제때에 최상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의료계 종사자들은 그 어떤 이유로도 이러한 환자들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서울대병원 로비에서 앰프를 통해 울려 퍼지는 노조원들의 구호와 시끄러운 노래가 진료에 도움을 줄 리가 없다. 되레 환자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정서적 안정을 해칠 뿐이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환자들의 건강권을 볼모로 잡고 강행한 파업을 당장 접어야 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파업은 결코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한다. 서울대병원 노사는 냉정을 되찾고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아 한 발씩 양보하는 공생의 미덕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