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흔들리는 국가 중추기관 정상화 시급하다

입력 2013-10-24 18:35

청와대와 야당, 정쟁 접고 엄정한 수사 도모할 때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논란으로 나라 전체가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다. 벌써 수개월째다. 국가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국가정보원과 국방부가 일부 요원의 사이버상 ‘정치 댓글’로 인해 야당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국정원의 경우 이 문제로 국민 신뢰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국정원 정치 댓글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은 외압논란과 항명파동으로 균열 조짐을 보인다.

이것이 대한민국 국정원과 군, 검찰의 현주소다. 세 기관 모두 국가를 떠받치는 중추적인 조직이다. 정치적 중립을 목숨처럼 지켜야 함에도 사상 유례없는 정치 논란에 휩싸여 있다. 정치권의 책임이 크겠지만 조직 구성원들의 그릇된 행동이 화를 자초한 것은 분명하다. 더 이상 정쟁의 늪에서 허우적대서는 안 된다. 정상적인 국가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국정원은 지금까지 드러난 대선개입 사실만으로도 대국민 사죄감이다. 수뇌부의 지시와 조직적 개입 여부가 명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고유의 대북 심리전 업무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앞으로 계속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진실규명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뼈를 깎는 개혁안을 내놓아야 한다. 자기 방어적인 ‘셀프 개혁안’을 내놓았다가는 국민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을 것이다.

군 검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댓글’ 수사를 엄정하게 진행해야 한다. 조직적 개입 및 국정원과의 연계 여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나 검찰의 국정원 수사 때처럼 축소 의혹을 받을 경우 특검 수사를 면치 못할 것이다.

검찰은 금명간 있을 총장 지명을 계기로 조직을 추스르는 데 진력해야 한다. 시급한 과제는 국정원 수사를 아무런 정치적 고려 없이 잘 마무리하는 일이다. 수사팀의 새 수장에 능력과 신망을 갖춘 검사를 임명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수사결과를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

국가기관들이 제자리를 잡도록 하는 데는 여야와 청와대의 정치력 발휘가 필수다. 국리민복을 위해 이전투구식 정쟁을 중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박근혜정부는 출범한지 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제대로 착근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현 정권의 부정선거 책임론을 들고 나와 무차별적인 공세를 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수사를 철저히 감시하되 국정에는 협조하는 원숙한 자세가 요구된다.

박 대통령도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수습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국정원 등의 선거개입 자체는 과거 정부의 책임이지만 경찰과 검찰이 축소수사를 시도했다는 의혹은 현 정부 책임이다. 향후 수사과정에서 외압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국민과 야당에 약속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운가. 대야 공세에만 열 올리는 새누리당에 수습을 기대하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