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결혼으로 테러 근절”
입력 2013-10-24 18:27
나이지리아가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테러를 근절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합동결혼식’ 카드를 꺼내 들었다. 남성들이 좋은 아내가 있다면 굳이 전쟁에 참여할 리 없다는 생각에서다.
나이지리아는 지난 5년간 정부군과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의 충돌로 테러가 이어져왔다. 많은 남성들이 전쟁에 참여하다 보니 실업자가 늘고 이혼하는 경우도 잦았다. 싱글 여성들도 속출했다. 영국 맨체스터대 스티븐 피어스 교수는 “나이지리아 북부의 이혼율이 50%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나이지리아 카노 주 정부는 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합동결혼식을 위한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전했다.
카노 주는 지난 1년6개월 동안 합동결혼식을 통해 1350쌍의 부부를 탄생시켰다. 올해 예정된 결혼식은 1111회에 이르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도 5000명 정도나 된다. 카노 주 정부는 신랑에게 신부지참금 명목으로 60달러(약 6만3000원)를 주고, 신부에게는 초기 사업자금 125달러(약 13만2000원)와 쌀, 달걀, 식용유, 침대 매트리스, 재봉틀을 제공한다. 카노 주 정부 관계자는 “좋은 아내가 있는 남성이 테러를 할 생각이 있겠느냐”며 “합동결혼식이 이런 사회악을 해결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싱글 여성들도 합동결혼식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혼자 사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심하기 때문이다. 지난달엔 카노 주 인근에 거주하는 미혼 여성 8000여명이 주지사 집무실에 찾아가 “남편감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고 최근 나이지리아 일간 펀치가 보도했다.
테러를 없애기 위해 합동결혼식을 시도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인도 정부는 마오주의 반군들에게 합동결혼식을 시켜줬고, 예멘도 자국에 체포된 알카에다 용의자들에게 같은 방법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서 내란은 계속되고 있다.
나이지리아 역시 효과를 거두긴 힘들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피어스 교수는 “합동결혼식이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생각은 미신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