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성명’ 후폭풍] 文의 자충수… 與, 국면전환 기회 반겨

입력 2013-10-24 18:22 수정 2013-10-24 22:20

새누리당이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대선 불공정’ 발언으로 기사회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대선 불복’ 프레임이 식상해질 때쯤 문 의원이 ‘자충수’를 던지며 제대로 걸려들었다는 시각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문 의원의 성명을 놓고 민주당 내 지도부와 친노(親盧·친노무현) 간 갈등이 재연되는 ‘적진 분열’ 상황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새누리당 고위당직자는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그물을 치거나 계략을 벌인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문 의원이 대선 불복 프레임에 스스로 걸려든 측면이 있다”며 “두고두고 문 의원의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선 불복 외에 마땅한 대응 논리가 없어 고민하던 차에 문 의원이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줬다”며 “대선 불공정, 박근혜 대통령 책임론은 사실상의 대선 불복인 만큼 앞으로 이 부분을 집중 추궁하겠다”고 말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에 접수된 국민 여론을 인용해 “물귀신 작전을 펴는 문 의원은 친노계와 민주당을 침몰시킬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외압 논란 등으로 수세에 몰렸던 새누리당은 문 의원 발언을 국면 전환의 기회로 삼아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문 의원은 사초폐기라는 국기문란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서 곧 닥쳐올 거센 법적·정치적 폭풍우를 맞아야 하는 형편”이라며 “생존할 수 있는 피신처로 대선 불공정 이슈를 들고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수석부대표는 “제1야당의 대선후보까지 지내신 분이 대통령을 상대로 정략적 의도적으로 격한 대립 각을 세우며 자기보신용 방패 만들기에 연연하는 것은 참으로 보기 민망한 모습”이라고 비난했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문 의원이 대선 불복이라는 검은 속내를 숨기고 자꾸 대선 불공정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분열의 도가니로 빠뜨리는 어이없는 행태”라면서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나서 대선 불복인지 아닌지 당론을 분명하게 정리해 국민들 앞에서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대선 불복이라는 금단의 열매를 만지작거리며 이제 먹기 일보 직전까지 온 문 의원은 언행을 조심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근혜 후보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은 ‘국가기관 직원들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입장’ 자료를 내고 “지난 대선에서 어떠한 불법 선거도, 특히 국가 조직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실제로도 그랬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정원의 댓글 의혹 사건이 대선 불복 움직임으로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정치 공방을 그만두고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엄정하게 조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무거운 마음으로 담담히 지켜보자”고 여야 지도부에 제안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