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성명’ 후폭풍] 文의 승부수… ‘野 구심점’으로 입지만회

입력 2013-10-24 18:22 수정 2013-10-24 22:21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강도 높은 ‘대선 불공정’ 성명 발표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 공개’ 요구 이후 두 번째 초강경 카드다. 지난 대선을 ‘관권 선거’ ‘불공정 대선’으로 규정해 대여 전선에서 구심점이 되는 한편, 대화록 실종 논란에서 수세에 몰렸던 입지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문 의원 측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의원의 성명은 현 상황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짚은 것”이라며 “이후 싸움은 문 의원 개인의 싸움이 아니다. 민주당, 더 나아가 민주개혁 진영 전체의 문제로 향후 대응 방법에 대해 뜻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트위터에서도 대통령 사과와 진실규명을 요구하며 “이를 외면한다면 문재인이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밝혔다.

이는 청와대·여당과의 싸움에 문 의원이 선봉에 서서 야권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청와대의 결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해 청와대로 공을 넘기고, ‘불복 대 불법’ 구도를 만들어 여론전을 주도하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사초 실종’ 공방에 대한 출구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이 참여정부 인사들을 줄소환하고 당내 여론도 악화되는 등 친노(친노무현) 진영은 당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정보원에 이어 국군 사이버사령부까지 대선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자 이를 지렛대로 반전을 시도한다는 시각이다. 문 의원 측은 “정치공학적으로 (유불리를 따져) 성명을 낸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성명으로 대화록 실종 공방이 묻히게 하는 효과가 생긴 것도 사실이다.

문 의원 측은 새누리당의 대선 불복 공세도 더 이상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문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불복 프레임은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불복이 아니라고 수차례 말해도 포기하지 않는 논리”라며 “불법·불공정·은폐 시도라는 우리의 논리로 맞부딪쳐야 깰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문 의원 측이 ‘불복 논란’을 피하려 민주당 장외투쟁에도 불참하는 등 최대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던 것에 비하면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이런 태도 변화는 최근 여론 흐름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문 의원 측은 한 방송사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이 국정원·군 정치 개입 의혹에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응답이 56%를 넘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역효과를 우려하는 분석도 나온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의원이 성명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의문”이라며 “대선이 불공정했다고 너무 강하게 말하면서 국민 눈에는 또다시 정쟁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이게 됐고, 정치에 대한 혐오감만 높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