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보험빵’ 기승… 법 위반 차량 노려 사기극

입력 2013-10-24 18:18

고교생들이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내는 일명 ‘보험빵’이 또 적발됐다. 이번엔 무려 41명이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주로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타깃으로 삼았다. 법규 위반 차량의 과실이 100%로 나오다 보니 보험사가 정밀심사를 벌이기 어려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피해자가 늘고 있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24일 2008년부터 보험빵 행각을 벌여온 혐의(사기)로 고교생 박모(18)군 등 4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은평·마포·서대문구 일대에서 승용차나 오토바이로 25차례 주행 중인 차량을 일부러 들이받아 보험금 7500만원을 챙겼다.

동네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2∼5명씩 그룹을 만든 후 일방통행로나 불법 유턴 차량이 많은 곳, 신호 위반 차량이 자주 지나는 도로 등을 파악했다. 이어 배달용 오토바이에 나눠 타고 다니다 역주행, 신호위반, 끼어들기 차량 등을 발견하면 고의로 충돌했다.

지난 8월에는 서울 성내동에서 달리던 오토바이를 일부러 들이받아 보험금 340만원을 타낸 고교생 박모(16)군 등 6명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 역시 “보험빵 한번 하자”며 오토바이를 타고 몰려다니다 타깃 차량을 물색한 뒤 사고를 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방통행이나 신호위반 차량 등 법규 위반 차량은 사고가 나면 과실 책임이 100%인 경우가 많아서 상대방이 보험금을 수령하기 쉽다”며 “일부러 그런 차들을 노려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런 사건의 심사를 까다롭게 하면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고 합의금이 늘어날 수 있어 보험사 입장에선 오히려 손해”라며 “범죄가 의심돼도 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