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단에 현금카드 배달한 퀵 기사들

입력 2013-10-24 18:18


저리로 대출받으려면 필요하다고 속여 개인 현금카드를 무더기로 가로채온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국내 퀵서비스 기사들을 현금카드 운반책으로, 조선족을 현금인출책으로 동원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현금카드를 받아다 넘겨주고 수억원을 챙긴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퀵서비스 총책 하모(50)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정모(42)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또 현금인출책인 조선족 문모(18)군 등 2명을 구속하고 일당 4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중국에 기반을 둔 이 조직은 지난해 9월부터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시중보다 저렴한 우대금리로 대출해 준다”고 속였다. 대출이 급한 서민들은 “은행 거래 실적이 필요하니 계좌번호, 현금카드, 비밀번호를 달라”는 요구에 의심 없이 계좌와 카드를 제공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퀵서비스 기사들의 열악한 영업 환경을 파고들어 하씨 등을 운반책으로 포섭했다. 하씨는 이 조직으로부터 “현금카드 배달 1건당 5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함께 일하던 기사 공모(57)씨 등 전국 55개 지역 퀵서비스 기사들을 끌어들였다. 그동안 적발된 보이스피싱 조직 중 최대 규모다.

이들은 현금카드 2000여개를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 인출책에게 전달하고 개당 5만∼10만원을 받았다. 하씨는 하루 평균 10개의 카드를 넘겨 총 1억5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현금인출책도 일당 10만∼40만원씩 약 5억원을 챙겼다.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국내 퀵서비스 조직 전체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