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 ‘구멍 숭숭’
입력 2013-10-24 18:17
자활사업장에서 일하며 용돈 수준의 월급을 벌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김모·이모씨. 김씨가 ‘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사업’에 따라 매달 국민연금 보험료 절반씩을 보조받는 반면 이씨는 한 푼도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 배정받은 자활사업장 규모 때문이었다. 두루누리 지원 조건은 ‘10인 미만 사업장의 월 130만원 미만 저소득 근로자’다. 이씨 역시 월 130만원 미만 저소득자인 건 맞지만 ‘1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탓에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
현재 월 130만원 미만 저임금을 받고 있는 국민연금 가입자 287만명 중 1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는 145만명으로 10인 미만 사업장(142만명)보다 오히려 3만명이 많다. 대부분 청소용역업체 등에서 일하는 저임금 근로자로 지원이 절실한 사람들이다. 단지 규모가 큰 회사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지원대상에서 배제되는 게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직장에 다니며 국민연금에 가입한 기초생활수급자 3만9989명 중 두루누리 지원 사업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4431명으로 고작 11.1%에 불과하다. 3만4468명(86.2%)은 가입조건 미충족, 그중에서도 10인 이상 회사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받아야 할 도움을 받지 못했다. 월 130만원 미만의 워킹푸어 287만명 중 보험료 보조를 받는 숫자는 89만명으로 31%밖에 안 된다.
대표적인 저소득 월급쟁이들인데도 특수형태 근로자로 분류돼 아예 지원 대상에서 원천 배제된 이들도 많다. 골프장 캐디와 퀵서비스 기사,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등이 그들이다. 평균 소득은 월 122만9000원(남성 126만5000원, 여성 122만5000원). 지원 조건인 월 130만원에 못 미치지만 지역가입자여서 직장가입자만 대상으로 한 두루누리 사업에서는 제외됐다. 당연히 이들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낮다. 골프장 캐디 가입률은 13.3%, 학습지 교사 42.5%, 퀵서비스 기사 41.4%에 불과했다.
반면 지원 받을 사람은 못 받는 마당에 10억원 이상 자산을 가진 농어민 2549명은 농어민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으로 보험료 지원을 받고 있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이 국민연금공단 등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민주당 남윤인순 의원은 “임금 수준이 열악한 특수형태 근로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내는 지역가입자로 남아 있고 이 때문에 보험료 지원도 받지 못하는 이중 배제를 당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용익 의원도 “10인 이상 사업장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지원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잘못된 제도 설계”라고 지적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