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성명’ 파장] “대선 불복 세력” vs “헌법 불복 세력”… 여론을 잡아라
입력 2013-10-24 18:17
여야의 정쟁이 ‘대선 불복이냐, 아니냐’에서 여당의 ‘대선 불복 후보’ 대 야당의 ‘부정선거 세력’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프레임은 여야 모두 상대방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새누리당은 대선 승복 여부를 끝까지 추궁하고 있고, 민주당은 지난 대선이 공정한 선거였느냐를 따지고 있다.
여야는 자신들의 주장을 국민들에게 쉽게 전달할 메시지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대선 불복 세력’ 대 ‘헌법 불복 세력’, 사이버 상의 댓글과 관련한 ‘한강에 물 한 바가지 붓는 격’ 대 ‘우물에 독극물 한 방울 떨어뜨리는 격’ 등이 대표적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해석도 다르다. 새누리당은 깨끗한 승복을 민주주의라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부정선거와 수사 외압이 없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맞받아쳤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24일 “역대 대선에서 불복 사례가 없었다”면서 민주당과 문재인 의원에게 맹공을 가했다.
황우여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의심의 독사과, 불신의 독버섯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역대 어느 대선에서도 선거사범을 문제삼아 대선 불복의 길을 걸은 일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 주권의 선택인 대선 결과에 대해서는 깨끗이 승복하고, 문제가 있을 때는 법정기간 내에 논의한 뒤 문을 닫는 것이 민주주의의 대도(大道)”라며 “이러한 대도에서 벗어나는 것은 또 다른 민주주의 전통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문 의원이 사실상 대선 불복 성명을 발표한 것”이라며 “구구절절 궤변을 늘어놓았지만 결국 지난 대선에서 진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또 “도대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뭘 책임지란 말이냐”며 “이런 상황인데도 자신이 모든 걸 단정하는 것은 자기가 대통령 위에 군림하려는 듯한 태도임이 분명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런 분을 대통령으로 선택하지 않은 우리 국민이 참으로 현명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유신시대의 논리’ ‘헌법 불복 세력’ 등 용어를 써가며 부정선거 여론전에 본격 돌입했다.
김한길 대표는 경기도 화성에서 열린 현장 고위정책회의에서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대선개입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을 ‘대선 불복’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과 정당은 헌법을 무시하는 헌법 불복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부정선거를 부정이라고 말하지 말라는 것은 긴급조치를 비판하면 무조건 감옥에 처넣던 유신시대의 논리”라고 반박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헌정 사상 유례 없는 총체적인 부정선거”라며 “새누리당이 은폐하면 할수록 과거 정권의 문제가 현 정권의 문제로 확산된다는 점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만 모른다”고 질타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현재까지 드러난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글’ 의혹에 대해 ‘극히 미미한 양의 댓글’ 또는 ‘한강에 물 한 바가지 붓는 격’이라고 주장하는 것에는 ‘우물론’으로 대응했다.
댓글과 트위터에 의한 여론조작은 국민들이 마시는 우물에 독극물을 푼 것이고, 한 바가지라도 독극물을 풀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남재준 국정원장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 해임, 윤석열 여주지청장(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의 특임검사 임명 등을 촉구하며 투쟁 수위를 끌어올렸다.
하윤해 엄기영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