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침묵의 정치’ 언제까지…
입력 2013-10-24 18:07
[뉴스분석] ‘정치글 의혹’ 관권선거 논란… 해법은
국가정보원 및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댓글 의혹’을 넘어 권력기관의 조직적인 관권·부정선거 논란으로 비화된 만큼 “이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정국혼란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비등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전(前) 정권의 일로, 대선 과정에서 아무런 수혜를 얻지 않았다”는 소극적인 스탠스만 취해 왔다. 그러나 정치권은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일부에서조차 박 대통령이 ‘전 정권의 국정원이 선거개입을 했지만 그 도가 지나쳤으며 이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제기하는 새로운 의혹들까지 포함해) 검찰을 통해서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이미 드러난 문제에 대해서는 유감스럽다는 정도의 언급은 (대통령이)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성역 없는 수사를 약속하든 야당의 억지 주장을 비판하든 꼭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청와대 차원의 입장이 나와야 할 차례”라고 했다.
이런 흐름에 여당 내에서조차 비박(비박근혜)계뿐 아니라 친박(친박근혜)계 일부까지 가세하는 이유는 이번 사태를 방치할 경우 MB(이명박)정부 집권 첫해에 벌어진 ‘미국산 쇠고기 파동’처럼 전체 국민 여론을 반(反)정부 쪽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한 여권 인사는 “이번 의혹사건 자체는 전 정권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수사는 새 정부 책임이 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청와대가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야당이 주장하는 수사축소 의혹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고 우려했다.
청와대 차원의 유감 표명이 야당의 추가 정치공세를 차단하고 박 대통령의 ‘민생 중심’ 국정운영의 틀을 본궤도에 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미 발생한 대선개입 의혹을 대통령이 유감의 뜻을 밝히고 나면 나머지 야당의 공세는 국민들에게 대선 불복으로만 비칠 것”이라며 “청와대로서는 (입장 표명이) 불리할 게 없다”고 진단했다.
청와대도 겉으로는 ‘무대응·무반응’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곤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완연하다.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대통령이 유감 표명을 할 단계는 아니고, 그렇다고 ‘철저하게 수사하라’는 메시지를 내놓으면 야당이 수긍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자니 야당 공세에 떠밀리는 모습을 지울 수 없고, 무대응 원칙을 고수하자니 정국의 뇌관을 방치하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지금은 대통령이 나설 때가 아니다”는 주장도 팽배하다. 검찰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고, 검찰 내부의 감찰도 이뤄지고 있는데 아무 결론도 나지 않은 사건에 대해 박 대통령이 입장을 내놓으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라는 논리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