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 반발하는 전교조 “헌법 유린 행위에 맞서 싸워나갈 것”

입력 2013-10-24 18:05 수정 2013-10-24 22:32

정부가 2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해 법외노조가 됐음을 공식 통보함에 따라 전교조는 14년 만에 법의 테두리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

전교조는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개최하고 대정부 투쟁에 본격 돌입했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지금 우리가 들고 있는 촛불이 민주주의 실천을 위한 횃불이 될 것”이라며 “투쟁은 시작이다”라고 선언했다. 촛불집회에는 전교조 조합원과 노동자단체 회원 등 300여명이 참가했다. 전교조는 “전국 각지에서 조합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촛불집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26일 비상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연가투쟁에 대한 논의에 들어갈 방침이다. 민주노총과 함께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한편 노조원들의 집중 상경투쟁도 계획하고 있다. 27∼30일 서울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학업성취도국제비교연구(OECD PISA) 이사회 회의에서는 세계교원단체총연맹(EI)과 함께 전교조 법외노조화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등 국제 연대투쟁도 벌일 방침이다.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예정돼 있던 이날 아침부터 서울 영등포동 전교조 본부엔 긴장감이 흘렀다. 사무실 앞을 서성이던 한 노조원은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니 매우 허탈하고 안타깝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무실에 모여 있던 조합원들은 통보 예정시간(오후 2시)이 다가오자 대부분 기자회견장으로 떠나고 10여명의 직원들만 남아 공식 문서 전달을 기다렸다.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문서는 예정된 시간보다 3분 이른 오후 1시57분쯤 팩스로 전달됐다. 팩스 표지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통보’라는 짤막한 제목이 적혀 있었다.

비슷한 시각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는 1998년 노사정을 통한 사회적 합의의 파기이며 국제적 약속 위반이자 단결권과 결사의 자유를 부정한 헌법 유린 행위”라면서 “오늘을 전교조의 새 날로 선포하고 싸워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 등 47명으로 구성된 전교조 법률지원단은 서울행정법원에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소송과 법외노조 통보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신인수 민주노총법률원장은 “오늘은 역사의 시계바퀴가 14년 전으로 돌아간 암울한 날”이라며 “노동부의 통보는 헌법상 기본권인 단결권을 부정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비판했다.

1989년 5월 28일 전신(前身)인 ‘민주교육추진 전국교사협의회’ 소속 교사들을 주축으로 창립된 전교조는 소속 교사 1527명이 파면·해임되는 등 한동안 합법노조로 인정받지 못하다 1999년 김대중 정부 들어서 합법화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9만3860명까지 늘었던 조합원은 차츰 줄어들어 현재 5만9000여명 수준이다.

2010년 해직자 가입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부는 거듭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부칙 제5조)을 개정하라고 촉구했지만 전교조는 거부했다. 비리 사학재단에 맞섰거나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유 등으로 해고된 교사들을 저버릴 수 없다는 이유였다. 지난달 23일 고용노동부가 최후통첩을 했지만 전교조는 조합원 총투표에서 정부의 시정 요구를 거부했고 결국 이날 합법화된 지 14년 만에 다시 법외노조가 됐다.

황인호 전수민 박세환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