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AD 도입 놓고 안보수뇌부 ‘엇박자’
입력 2013-10-24 18:01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방안을 놓고 안보수뇌부의 발언이 서로 달라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3일(현지시간) 중·고(高)고도 미사일방어(THAAD) 체계 도입과 관련, “아직은 검토가 안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한번 봐야지”라고 여운을 남겼다. 경우에 따라선 도입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수전 라이스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회의를 위해 워싱턴에 도착한 김 실장의 발언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주장과 달라 정부의 진의가 무엇인지 의문이 일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16일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고고도 대공미사일(SM-3)이나 THAAD를 구입하기로 결정하지도 않았고 고려하지도 않고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지난 14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김 장관의 발언이 THAAD 체계 도입으로 해석되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재연기에 대한 대가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을 약속한 것이 아니냐는 거센 비판이 일자 긴급 진화에 나섰던 것이다.
결국 김 실장의 발언은 김 장관의 해명과 달리 THAAD 체계 도입안이 완전 배제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정부로서는 이 안을 백안시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 군이 구축하고 있는 패트리엇 미사일(PAC-2)을 주축으로 한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가 사실상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방어할 수 없는 것도 한 이유다. 23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의 공군 국정감사에서는 공군이 패트리엇 미사일의 방어능력을 과장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전작권 전환시기 재연기도 부담이다. 한·미는 지난 2일 서울에서 열린 제45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전작권 전환시기를 내년 봄에 결정키로 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 등으로 안보위협이 달라진 것은 인정하나 전환시기 조정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뭔가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라이스 보좌관과의 회담을 앞두고 안보수뇌부의 발언이 변화를 보인 것도 이런 압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해도 1주일 사이에 최고위 안보관계자들의 발언이 엇갈리는 것은 미국과의 협상은 물론 안보전략적인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