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사태’ 재발 안돼… 회사채 발행 내역 정기 공시 의무화

입력 2013-10-24 18:48 수정 2013-10-24 22:34


앞으로 상장기업은 향후 10년까지로 세분화된 만기별 미상환 잔액을 사업·반기·분기보고서로 정기 공시해야 한다. 최근 ‘동양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경우에는 공·사모를 분리해 공시할 의무가 새로 생겼다. 전환사채(CB) 등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한 기업은 각종 공시에서 투자자에게 주식 전환 가능성 등 위험을 선명히 알려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기업공시서식을 개정, 지난 17일부터 상장기업들에 안내해 시행 중이라고 2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는 상장기업의 회사채 발행 내역과 미상환 잔액을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정기공시를 찾아보는 것만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CP와 전자단기사채의 미상환 잔액만 만기별로 누적 공시됐다.

이는 사모 회사채 등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회사의 재무현황을 쉽게 알기 어려워 피해를 입게 된다는 지적에 따른 개선책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된 저금리 기조로 시중 자금이 고금리의 사모 회사채에 대거 유입되는 추세지만, 사모 회사채는 공시 의무가 없어 정보 비대칭 현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CP와 전자단기사채 이외에 회사채와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등), 조건부자본증권(CB 등)의 미상환잔액도 공시된다. 기업들은 회사채의 경우 10년 이하까지, 신종자본증권과 조건부자본증권의 경우 30년 이하까지 미상환 잔액을 공시해야 한다. CP는 공·사모를 분리해 공시토록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이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지 쉽게 파악해 투자에 참고토록 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상장기업들에 조건부자본증권 투자 시 유의할 사항도 명시토록 했다. 지금까지 “투자자의 권리와 투자위험요소를 간단·명료하게 기재한다”고 돼 있었던 서식은 “투자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식 전환 또는 채무재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재한다”로 변경됐다.

제도 개선으로 투자자 참고 지표가 늘었지만 ‘동양 사태’의 재발이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다. 개정된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은 정기공시 의무가 없는 비상장기업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동양그룹 투자자들의 대규모 피해를 초래한 원인은 비상장 계열사인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가 발행한 투자부적격 등급의 CP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상장 기업들까지도 적용하려면 정기보고서 공시제출 대상 자체를 변경해야 하고, 자본시장법의 전면 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에는 A등급 이하 비우량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비중이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발행된 전체 회사채 발행액(35조275억원) 가운데 A등급 이하 기업들의 회사채는 총 7조9150억원(22.6%)으로 집계됐다. 비우량 회사채 발행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에도 35.8% 수준이었다. 시장에서는 대형 신용악재, 신용등급 인플레이션 현상 등으로 비우량 회사채의 신뢰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