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교회, 그래도 희망은 보였다… ‘종교개혁주일’ 앞두고 본 2013 교계 안팎

입력 2013-10-24 17:45


마르틴 루터(1483∼1546)의 95개조 반박문이 불씨가 된 종교개혁이 496주년을 맞았다.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은혜….’ 당시 로마 가톨릭교회의 부패·타락상을 비판하면서 개혁의 기치로 내걸었던 종교개혁자들의 구호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외쳐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2013년 종교개혁주일(10월27일)을 앞두고 한국교회의 안팎을 둘러봤다.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모두 저같은 목회자의 책임이 크지요.”

24일 오전 11시30분 서울 태평로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본부가 입주해 있는 감리교 회관 정문 앞. 스티로폼과 작은 담요 몇 장을 깔고 앉아 지난 22일부터 홀로 금식기도를 이어가고 있는 조창식(60·김해진영교회) 목사의 고백이다.

조 목사가 “나 혼자라도 회개 금식기도를 해야겠다”며 상경한 것은 지난 5년간 파행을 겪고 새 출발하려던 감리교가 금권선거 논란으로 또다시 표류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서다.

교계 내부에서는 닷새 앞으로 다가온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를 두고 갈등이 여전하다. 양보와 배려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언론 보도에서는 교회를 새로 짓느라 과도하게 빚을 냈다가 부도가 난 교회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설상가상 일부 목회자들의 비리와 전횡 의혹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교계 안팎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임성빈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교회와 목회자의 부끄러운 모습들이 세간에 오르내리는 현재의 상황은 ‘우리 크리스천들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대상이 과연 무엇인가’ 자문하게 만든다”며 “말씀을 의지하고 살아가는지, 세상을 더 믿고 살아가는지 우리 모두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혼탁한 황하에도 한 가닥 맑은 물줄기는 있는 법. 한국교회에도 희망의 새싹은 자라고 있다. 교계 안팎에 논란을 빚었던 목회대물림을 두고 주요 교단들은 스스로 대책을 마련해 시행에 나섰다. 교회갱신그룹과 기독시민운동단체들은 목회자 자정선언과 함께 실천운동을 나서고 있고, 많은 교회들은 묵묵히 나눔과 섬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회권 숭실대 교수는 “종교개혁의 참 정신은 타인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한 요구를 내 스스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복음에 대한 재발견과 함께 인격의 변화를 경험한 이들이 자신부터 고쳐 나갈 때 한국교회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까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녕하세요, 예수 믿으세요.” 이날 오후, 조 목사가 금식기도 중인 감리교 본부 앞 광장 앞 곳곳에서는 전도가 한창이었다. 기감 서울연회장로회 장로전도단 회원들이 6년 넘게 매월 한차례씩 이어오고 있는 활동이다. 교단은 내홍에 빠져 있고, 교회에 대한 이미지는 비록 나빠졌지만 복음 전파를 위한 사명만은 놓을 수 없다는 믿음을 보는 듯했다. 한국교회의 희망도 함께 있는 것 같았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