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장로 칼럼-종교인과 신앙인 (63)] 갓바위와 지성인
입력 2013-10-24 17:11
며칠 전 우리 회사 직원의 상가(喪家)에 방문했을 때였다. 그 자리에서 얼마 전 회사를 퇴직하고 사업을 시작한 직원을 만났다. 반가운 얼굴이었다.
그에게 요즘 사업이 잘 되느냐고 안부를 물었다. 그는 처음 시작하는 사업이라 생각보다는 힘이 많이 든다고 했다. 회사에 있을 때엔 갖고 있던 거래처들이 자신을 도와줄 것 같았는데 막상 퇴직 후 거래처들을 찾아가니 잘 도와주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요즘 직원이 몇 명이냐고 묻자, 5명인데 월급은 4대 보험 정도로 주고 있다고 한다. 나는 우선 그 직원들의 가족들이 생각났다. 급여가 적으면 생활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났다.
그에게 열심히 하면 점점 나아질 거라고 격려를 해 주었다. 그러자 그는 ‘마침 며칠 전에 사업도 힘들고 해서 팔공산 갓바위에 갔었는데 줄이 300여 미터나 늘어서 있기에 두 시간을 기다렸다가 겨우 소원을 빌고 왔다’고 했다.
소원을 빌기 위해 사는 초의 가격이 작은 것은 만 원, 큰 것은 오만 원인데 식구대로 불을 밝히려니 그 돈도 꽤 크더라고 한다. 그래도 갓바위에서 기도를 하면 그 중의 한 가지는 들어준다고 하여 어떤 것을 먼저 빌어야 할지 망설였다고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우리 회사 지점장이 ‘우리도 지난달에 매출 실적이 좋지 않아서 전 직원을 데리고 갓바위에 가 기도를 하고 왔다’고 한다. ‘우리 대구 지방에서는 통상 이렇게 많이들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참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였다.
대구에서는 아이들 입시 때마다 학부모들이 갓바위에 몰려가는 것이 보통 일이라고 한다. 나는 ‘사람이 만든 돌덩이가 무슨 소원을 들어줄 수 있겠는가’ 하고 반문해 보았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갓바위가 효험이 있다며 하루에 수천 명 씩 다녀가고 있다고 한다.
나는 지점장에게 대구 지점 직원들은 이런 일을 다시는 하지 말라고 말했다. 모두 대학을 나온 지성인들인데 무슨 짓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모두 긍정하는 표정이었으나 그 근본적인 마음은 바뀌지 않은 모습이었다.
어느덧 주제는 ‘장가 못 간 노총각’ 이야기로 바뀌었다. 우리 회사 베트남 공장에는 40세가 넘은 노총각이 있었는데, 베트남 처녀와 15살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성공해 아들을 낳았다고 하니 모두들 부럽다고 이야기한다. 그 친구 참 좋겠다고 말한다. 정말 부러운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말은 그렇게들 한다.
한편, 한국에는 이제 40세가 된 엘리트 직원이 있다. 서울의 명문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관리자로 근무하고 있는데, 부모님 두 분이 모두 병치레를 하고 있어 결혼이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 얼굴이 늘 수심에 차 있어, 부하 직원들은 침울한 분위기 때문에 업무에 지장이 많다고 한다. 부서 분위기가 어두워 근무 능률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직원들이 그 관리자의 웃는 모습을 본 지 1년이 넘었다는 것도 문제였다.
나는 가만히 생각해 보고 결론을 냈다.
나는 본부장에게, 그와 면담을 한 후 가까운 교회에 나갈 수 있도록 권유해 보라고 지시했다. 교회에 가면 우선 좋은 신붓감이 많고, 또 좋은 목사님을 만나면 그 우울증이 치료될 수 있으며, 함께 어울리다보면 사회성도 좋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혹시 우리 회사에서 그를 교회에 인도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라고 덧붙였다.
사람이 깎아 만든 돌덩이에 절하는 것보다 아주 현실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담배를 피우는데 어떻게 하냐고 물으면 무어라고 할까요”라는 본부장의 질문에 나는 “담배는 기독교의 본질과는 다른 문제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본부장은 이어서 “교회에 가면 십일조를 내라고 할 텐데 그에게는 큰 장벽이 될 것 같은데요”라고 물었다. 나는 “그것도 신앙이 생기면 해결될 문제이니 아무 조건 없이 교회에 출석하라”고 이야기했다. 사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상식이 있는 좋은 목사님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문제는 지성인들을 전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는 생각이다.
끝으로 나는 ‘사람이 만든 돌덩이나 나무, 달 등에게 비는 것 보다 수천 년 동안 검증받은 정통 기독교의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이 결혼 문제와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하나님께서 살아계셔서 오늘도 나와 우리 회사를 지켜주신다고 믿고 있다. 그 하나님을 찾아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하나님께 구하면 주실 것이요, 두드리라 그러면 열릴 것이라는 성경 말씀을 생각하면서, 오늘도 자신 속에 갇혀 있으면서 영의 세계를 잊고 지내는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