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집토끼’ 배려 나선 이통업계
입력 2013-10-24 18:17 수정 2013-10-24 22:41
‘오래된 고객은 호갱님(어수룩한 사람을 뜻하는 은어인 호구와 고객의 준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아다닐 정도로 장기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턱없이 부족했던 이동통신업계가 최근 장기 가입고객 우대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보조금 규제 탓에 신규 가입자 유치가 어려워지자 부랴부랴 기존 고객 붙잡기에 나선 모양새다.
‘집토끼’ 잡기에 제일 먼저 나선 것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동반성장프로젝트인 ‘행복동행’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가입한 지 오래된 고객이 단말기를 바꿀 경우 할인해주는 ‘착한 기변(기기변경)’을 올 초부터 실시하고 있다. 가입기간에 따라 데이터량을 지원해주는 ‘데이터 리필’ 서비스도 도입했다.
KT는 지난 7월부터 휴대전화 사용기간이 2년 이상 된 고객을 대상으로 멤버십 프로그램 ‘올레클럽’의 등급 수준과 이용기간에 따라 포인트를 최대 2배 지급하는 행사도 벌였다. 최근에는 장기 VIP고객을 대상으로 ‘2013-2014 프로농구 무료입장 시즌권’을 주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LG유플러스도 지난 22일 장기 가입고객 대상 요금할인 제도를 내놨다. LG유플러스의 모바일을 2년 이상, 인터넷을 3년 이상 이용한 고객 중 유무선 합산 이용기간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매월 요금을 할인해준다. 합산 기간이 15년 이상이면 15%의 요금 할인을 제공한다.
이통사의 집토끼 잡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4일 “지난해 말에는 18개월 이상 가입고객이 단말기를 교체할 때 기기변경 비율이 40%, 해지 비율이 60%였다”며 “하지만 착한기변 도입 후 올 하반기에는 기기변경 비율은 60%, 해지비율은 40%로 역전됐다”고 말했다. 장기 가입자 우대책이 신규 고객 유치에도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전망이다. 지나친 보조금 경쟁으로 올해 이통사들이 영업정지 철퇴를 맞으면서 가입자 수가 전체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신규 고객 유치가 쉽지 않자 뒤늦게 장기 고객을 돌아본 이통사들이 얄밉지만 혜택을 반기는 분위기다. 회사원 정지영(32·여)씨는 “10년 넘게 한곳만 이용했는데 신규 고객 혜택이 훨씬 커서 평소 역차별받는 느낌이었다”며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는 장기 고객에 대한 혜택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주성(25)씨도 “기존 고객의 기기변경 지원은 거의 없어 2년마다 휴대전화를 바꿔왔다”며 “진작 이런 정책을 내놨더라면 고객 충성도도 높이고 회사 이미지도 지금보다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