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우주쓰레기의 역습
입력 2013-10-24 18:49
멕시코 출신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3D 영화 ‘그래비티(Gravity)’의 인기몰이가 대단하다. 지난 4일 미국 등지에서 개봉된 이후 3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17일 상영이 시작된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24일엔 누적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역대 최고의 우주 영화’라는 평가를 받은 ‘그래비티’는 우주에서 갑작스런 재난을 당한 여성 과학자 라이언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가 홀로 지구로 귀환하는 험난한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우주가 좋은 이유는 고요하기 때문이라던 스톤 박사. 그는 망망한 우주에서 가벼운 농담으로 위로해주던 베테랑 비행사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를 불의의 사고로 떠나보낸 뒤 극도의 공포와 절망을 이겨내고 고투(苦鬪) 끝에 마침내 아름다운 지구로 돌아오는 데 성공한다. 스토리는 간단하다고 할 수 있지만, 특수효과로 만들어낸 모든 장면은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90여분 동안 눈을 뗄 수 없다.
스톤 박사를 위험에 빠트린 건 우주쓰레기다. 지구 주위 우주공간을 떠돌고 있는 쓰레기의 대부분은 고장났거나 임무를 끝낸 인공위성들로 인해 생겼다. 약 2400여기로 추정되는 폐(廢)인공위성들은 서로 충돌하거나 가동 중인 인공위성과 부딪쳐 잔해들을 만들어낸다. 파편들 역시 초속 10㎞의 빠른 속도로 지구궤도를 돌면서 또 다른 폭발을 일으켜 우주쓰레기를 양산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케슬러 증후군’이다. 이를 방치하면 아예 인공위성을 발사하지 못하는 지경으로 내몰릴지 모른다는 전망마저 나왔다.
하지만 우주쓰레기를 줄이려는 인류의 노력은 초보단계다. 미 국방부 산하 합동우주작전국은 2010년부터 우주쓰레기와의 충돌위험 분석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내고 있고, EU는 유럽우주감시망을 2015년까지 구축해 우주쓰레기 궤도 정보를 인공위성 운영자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스위스 우주센터는 우주쓰레기 청소용 위성인 ‘클린스페이스 원’을 만들고 있다. 스위스가 발사한 위성들을 대기권으로 유도해 공기마찰로 태워버리는 게 임무라고 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영국 역시 우주쓰레기 제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우주쓰레기를 더 늘리지 않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우주쓰레기의 역습으로 인류가 심각한 재난을 당할 수 있다. 그것이 ‘그래비티’의 메시지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