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집 ‘I Love You’ 발표한 재즈 보컬 웅산 “재즈 아닌 것에서 재즈를 찾아본 앨범”
입력 2013-10-24 17:12
“40대가 돼서인지 음악을 보는 시야가 더 넓어진 느낌이에요. 음악을 대하는 자세도 예전보단 여유로워졌고요. 이젠 어떤 음악이든 재즈로 녹여낼 수 있는 나이가 된 거 같아요.”
최근 서울 정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재즈 보컬 웅산(본명 김은영·40)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 같았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자기 자신에게 ‘안식년’을 줬다. 공연 활동은 계속했지만 곡을 쓰진 않았다. “나를 다시 채우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게 안식년의 이유였다.
“창작 활동은 쉬었지만 놀았던 건 아니에요. 무대에도 계속 섰고, 제가 가진 작은 능력을 많은 사람에게 나눠줘야겠단 생각에 개그맨 이동우(43)씨 등에게 재즈 가창을 가르치는 일도 했죠. 제 안에 있는 것들을 비우고 나니 다시 에너지가 차오르더라고요.”
이런 이유 때문일까. 웅산이 최근 발표한 정규 7집 ‘아이 러브 유(I Love You)’에선 격정적인 힘이 느껴진다. 앨범엔 음반명과 동명의 타이틀곡이자 처절한 느낌의 세레나데인 ‘아이 러브 유’를 비롯해 총 15곡이 실렸다. 이들 노래 중 8곡은 웅산이 직접 쓴 곡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웅산이 재즈로 재해석한 리메이크 곡들이다. 미국 록의 거장인 밥 딜런(72)의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g On Heaven’s Door)’, 한국 포크 록의 대부 이장희(66)의 ‘얘기할 수 없어요’, 멕시코 출신 기타리스트 카를로스 산타나(66)의 ‘스무스(Smooth)’….
“이들 노래는 전부 ‘웅산’이라는 보컬이 만들어지는 데 자양분이 돼준 곡들이에요. 재즈와 전혀 상관없는 노래들에서 재즈를 발견하는 게 참 재밌더라고요(웃음).”
웅산은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그가 일본에서 지금까지 열었던 공연은 1000회가 넘는다. 1년에 보통 4차례 이상 일본 투어 콘서트도 연다. 웅산은 “나의 다양한 표현력을 일본 재즈 팬들이 좋아해주시는 거 같다”고 자평했다.
“저의 노래가 그렇잖아요? 로커처럼 소리를 지르다가도 여린 공주처럼 읊조리기도 하고, 그러다 브라질에서 온 가수처럼 능청스럽게 보사노바 노래도 부르고…. 이렇게 다양한 색깔을 가진 목소리, 무대에서의 드라마틱한 모습 등을 일본 분들이 좋게 봐주시는 거 같아요.”
과거 웅산은 로커의 꿈을 좇던 여대생이었다. 하지만 1995년 친구가 우연히 건네준 미국의 전설적 재즈 싱어 빌리 홀리데이(1915∼1959)의 음반이 그의 인생을 뒤흔들었다. 재즈의 매력에 빠진 웅산은 록에서 재즈로 진로를 틀었다.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보컬로 성장했다.
“당시 빌리 홀리데이 음반을 안 들었다면 지금쯤 여성 로커가 돼 있겠죠(웃음). 재즈는 하면 할수록 궁금한 구석이 많은 음악이에요. 치명적으로 느껴질 만큼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요.”
웅산은 7집 발매를 기념해 다음 달 7일과 8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에서 콘서트를 연다. 그는 “신곡과 히트곡이 중심이 되는 공연일 것이다. 하지만 재즈를 힙합에 접목시키는 등 파격적인 무대도 보여드릴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