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티끌 모아 음반’… ‘크라우드 펀딩’ 바람

입력 2013-10-24 17:12


13년차 인디밴드인 ‘3호선 버터플라이’는 최근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업체를 통해 한정판 LP앨범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누구나 5000원부터 최대 1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고 금액에 따라 LP앨범은 물론, 멤버가 직접 그린 그림, 콘서트 티켓 등으로 혜택을 돌려받을 수 있다.

가수 요조(본명 신수진), 옥상달빛(멤버 박세진, 김윤주) 등이 소속돼 있는 ‘매직 스트로베리 사운드’도 소속 가수들이 작곡가로 참가한 편집 앨범 발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한다. 이들은 앨범 발매에 필요한 비용 1000만원을 목표로 투자를 받고 있는데 24일까지 약 30%정도를 달성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작은 기획사의 경우 여건상 큰 프로젝트의 진행이 쉽지 않다”며 “네티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보니 펀딩을 받는 것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중에게 투자 받는 ‘크라우드 펀딩’=최근 대중음악계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음반을 제작하는 방식이 늘어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자금이 없는 예술가나 사회활동가 등이 자신의 창작 프로젝트나 사회공익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익명의 대중에게 투자를 받는 방식. 일정 기간에 목표액을 정해 투자를 받고 이에 대한 혜택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어 비교적 부담이 없는데다 좋아하는 스타의 창작활동에 참여한다는 의미가 더해지면서 팬들의 만족도가 높다. 미국과 영국에서 2008년 시작된 이 투자방식은 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소셜 펀딩(Social Funding)’으로도 불린다. 미국의 인디고고(Indiegogo)나 킥스타터(Kickstarter), 영국의 조파(Zopa) 등이 알려져 있다.

그간 신인, 인디 뮤지션들이 음악 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앨범 ‘선 판매’ 형식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했다면 최근엔 유명 가수들도 이벤트 형식으로 진행된다. 실제로 1세대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의 멤버였던 김재덕, 장수원이 만든 그룹 제이워크(J-Walk)는 지난 8월 말 달성된 미니앨범 제작 관련 펀딩을 통해 총 339명으로부터 2687만원을 모았다.

이들 외에도 김형중, 더원(본명 정순원), 슈퍼스타K 2 출신 김지수 등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500∼1000만원 상당의 금액을 팬들로부터 투자받았다. 일부 가수의 경우 ‘공연 뒤풀이 초대’나 ‘스타와 함께 할 수 있는 식사권’ 등을 내 놓으면서 팬들의 호응이 극대화됐다.

◇“팬들과 네트워크 형성”…“팬덤 이용하려 무리한 혜택”=크라우드 펀딩이 이처럼 확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라우드 펀딩 업체인 유캔펀딩의 김성주 PD는 “단순히 자금을 모으는 것 외에도 새로운 팬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자는 의미로 시도하는 가수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팬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에게 투자하고 앨범을 구매하는 값을 미리 지불한다는 생각에 호응이 좋다”며 “뮤지션이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홍보에는 한계가 있는 반면 크라우드 펀딩은 비용절감의 효과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시장이 점차 성장할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단순 이벤트 형식으로 팬들에게 돈을 모금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시선도 있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홍보 성격이 지나치게 강한데다 팬덤을 이용해 무리한 혜택을 걸고 투자를 받으려는 행태도 있다”고 평가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