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이웃’의 눈으로 본 이주노동자 24시

입력 2013-10-24 17:44


우린 잘 있어요, 마석/고영란·이영/컴퍼니 클

이주노동자, 결혼 이민자 등으로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150만 명을 넘어섰다. 국민 100명 중 3명이 외국인인 시대가 됐지만 이주노동자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아직도 아예 무관심하거나 배타적이다. 이 책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없는 사람처럼 취급되는’ 그들에게 누구도 묻지 않던 안부 인사를 건넨다.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상이 아니라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이웃으로 보며 그들의 일상을 관찰한다.

안산, 부천, 시흥, 구미 등 많고 많은 이주노동자 밀집 지역 중 왜 마석일까. 이곳은 노동과 생활 공간이 구분된 다른 곳과 달리 일터와 삶터가 결합된 곳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추방당한 자, 시대로부터 외면당한 자들이 지켜온 곳이다. ‘국내 최대 가구단지’로 알려진 마석에 가장 먼저 정착한 이들은 1960년대 고향에서 쫓겨나 방랑하던 한센인이었다. 지금도 건물주의 70%를 차지하는, 1세대 주민들이다. 이들이 초창기 운영하던 양계장과 양돈장이 경제 논리에 밀려 사라지고, 1990년대 영세 가구제조업체들이 들어섰다. 톱밥 먼지가 날리고 본드, 페인트 등 화학제품이 넘쳐나는 고된 노동 현장을 지킨 건 한국인이 아니라 필리핀 등에서 건너온 이주노동자들이다.

현재 마석에서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 800여 명과 한국인 공장장, 상인 등이 어우러져 펼치는 일상다반사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한국에 온지 20년 된 필리핀 사람 에드워드와 네팔 출신 사티 등 고참들부터 5세 때 아빠와 함께 불법 체류자 단속에 잡혀 갔던 파루키 등 2세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국적의 이주노동자들 삶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결혼 적령기를 넘긴 방글라데시 남자들이 본국의 여자와 전화로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 정부 당국의 단속으로 이주노동자가 추방되면 ‘숙련공 잃고 손해 보는 건 공장’이라고 푸념하는 공장주의 모습 등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풍경이다.

지난해 초부터 1년간 작가가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김현미 교수팀과 함께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주민을 인터뷰해 쓴 만큼 생생한 현장성이 돋보인다. 한센인 시절부터 이 지역 사회를 지켜오고,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지원해온 단체 ‘샬롬의 집’ 실무자 등이 합류해 세밀함을 더했다. 한국이 진정한 다문화 시대를 열려면 이주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할지 답을 주는 책이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