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성 목사 "무료급식소 불지르고 사망한 중국동포 자녀 돌보겠다"
입력 2013-10-24 11:26
[쿠키 사회] “지구촌사랑나눔 건물 1층 이주민 무료급식소에 불을 지르고 사망한 방화범의 아들·딸을 돌보겠습니다.”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53) 목사는 이주민 무료급식소 방화범인 중국동포 김모(45)씨가 사망한지 12일 만인 24일 오전 5시30분 고대구로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원수사랑’을 실천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례식은 방화 피해자인 김 목사의 집례로 진행됐다. 이날 장례식은 유족과 중국동포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쓸쓸하게 진행됐다.
김씨는 지난 8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지구촌사랑나눔 건물 1층 이주민 무료급식소에 불을 지른 직후 이 건물 4층으로 도망하다 화마를 피해 투신하는 과정에서 머리를 크게 다쳐 고대구로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았지만 13일 사망했다.
김씨의 장례는 김 목사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이주민 무료급식소에 불을 지른 김씨를 용서한 김 목사는 1000만원의 병원비를 정산하지 못해 장례를 치르지 못하자 유족을 대신해 병원비와 장례비를 지불하고, 장례 절차와 화장비용까지 도와줬다.
김 목사는 장례식에서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입어서 좋은 곳으로 가기를 빈다”면서 “고인의 남겨진 아들·딸에게 하늘의 위로가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김씨의 큰형(54)은 “김해성 목사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은혜와 사랑을 입었다”면서 “이제는 공산당을 그만두고 예수를 진짜로 믿겠다”고 화답했다. 김씨는 장례식 직후 성남영생관리사업소로 옮겨져 화장됐다.
김씨는 지난 5월 단기종합(C-3) 비자로 한국에 왔다가 여권과 돈이 든 가방을 잃어버리면서 3개월 간의 기술교육을 받지 못하면서 방문취업(H2) 비자도 받지 못하고 불법체류자가 됐다. 떠돌이 생활을 하던 김씨는 주변의 도움으로 김해성 목사가 운영하는 지구촌사랑나눔 쉼터에서 지내다가 불을 지르면서 급식소를 전소되고, 10여명이 피해를 입었다.
유족들은 길림성 출신인 김씨가 2년 전에 이혼했고, 김씨의 아들(12)과 딸(4)은 중국에 있는 늙은 아버지가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 자녀들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김해성 목사는 유족들에게 “아이들을 한국에 데려오면 공부시키면서 잘 돌보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씨의 큰형은 “피해 입힌 것을 한 푼도 갚지 못했는데도 병원비와 장례비를 대신 내주시면서 장례까지 치러주시는 것을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면서 “급식소를 불태운 동생을 용서해주고, 조카들까지도 돌봐주겠다는 김해성 목사의 사랑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인천=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