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 비서로 다큐영화 통해 비화 공개 프레다 켈리 방한 “비틀스 4명 성격 다르면서도 매력적”

입력 2013-10-23 19:02


1962년 영국 리버풀에는 300여개의 록밴드가 있었다. ‘비틀스’는 캐번클럽 무대에 서는 인기 록밴드였다. 그들의 음악을 사랑했던 17세 소녀 프레다는 점심시간마다 클럽으로 향했다. 그는 비틀스의 무대 294회 중 190회를 봤을 정도로 ‘광팬’이었다. 소속사 대표였던 브라이언 엡스타인은 그를 눈여겨보다 비서직을 제안했다. 그때부터 프레다는 10년간 비틀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폈다. 팬레터에 답장을 하는 일, 멤버의 머리카락을 구해 팬들에게 보내는 일 등이 그의 일과였다.

영국 록그룹 비틀스(The Beatles·멤버 존 레넌,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의 비서 겸 팬클럽 매니저 프레다 켈리(68)가 그들과의 추억을 50여년 만에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공개했다. 바로 제10회 EBS 국제다큐영화제(EIDF)에 출품된 ‘프레다, 그녀만이 알고 있는 비틀스(Good Ol’ Freda)’다. 영화제 참가차 한국을 방문한 그를 23일 서울 태평로1가에서 만났다.

“큰 영화를 만들자고 했다면 거절했을 거예요. 그저 세 살짜리 손자인 나일에게 할머니인 제가 어떤 일을 했었는지 말해주고 싶었어요. 큰 아들이 비틀스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할 때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댔었는데 갑작스레 아들을 잃고 결심했어요.”

영화에선 600여장의 사진과 신문기사, 프레다가 가지고 있던 자료들이 최초로 공개됐다. 비틀스의 가족들도 그에게 “이제야 입을 떼는 거냐”며 자료조사에 도움을 줬다.

“팬들에겐 질투도 많이 받았지만 마냥 미움을 사진 않았어요. 제가 잡지 ‘더 비틀스 북 먼스리(The Beatles book Monthly)’를 통해 당시 기자들도 몰랐던 뒷얘기를 소개했거든요. 링고와 폴이 강아지를 샀다는 소소한 내용으로요. 제가 글을 써서 발행한 소식지가 74호까지 만들어졌죠.”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비틀스의 원곡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 제작자인 제시카 로슨은 “2년 동안 초안을 보내면서 4곡을 사용해도 된다는 긍정적인 답을 얻었다”며 “프레다가 나서준 덕분”이라고 했다. 작품에는 ‘러브 미 두(Love Me Do)’ ‘아이 소 허 스탠딩 데어(I Saw Her Standing There)’ ‘아이 필 파인(I Feel Fine)’ ‘아이 윌(I Will)’이 원곡으로 실렸다. ‘아이 윌’은 비틀스가 캐번클럽 무대에서 마지막 순서에 불렀던 노래다. 프레다는 “아이 윌이 흐르면 ‘점심시간이 끝났구나. 직장으로 돌아가야지’ 생각했다”며 “그때의 느낌을 떠올리며 영화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 실었다”고 말했다.

“잘될 거란 믿음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팬을 갖게 될 줄은 몰랐어요. 인기의 요인은 음악이었겠지만 성격 또한 큰 매력이었죠. 네 명의 성격은 달랐는데 존은 언제나 자기가 생각한 대로 행동했고 링고는 항상 행복해했던 게 기억나요. 모두 장난을 치고 춤추고 노래하는 일을 즐겼어요.”

17세 소녀와 20대 청년들이 10여년간 함께 생활했다면 그 안에서 풋풋한 로맨스는 없었을까.

“전 소녀였고 좋아하는 멤버가 시시각각 변했어요. 좋은 감정도 물론 가졌지만 마지막엔 그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작업을 하면서 발견한 그 시절 다이어리가 한 권이 있긴 한데…공개할 생각은 없어요(웃음).”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