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종 법’ 제정에 힘 모읍시다

입력 2013-10-23 18:48

지난 22일 낮 고(故) 신현종(53) 양궁 국가대표 감독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누나들과 남동생은 영정 사진을 보자마자 흐느껴 울기 시작했습니다. 슬픔에 잠긴 유가족은 언론 접촉을 피한 채 고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시 신 감독의 유해는 비행기에 실려 터키에서 고국으로 돌아오는 중이었습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신 감독이 쓰러졌다는 비보를 듣고 달려간 아내, 아들과 함께.

한 조문객은 말했습니다. “참 인간적이고 정이 많으신 분이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가시다니 가슴이 아픕니다.”

신 감독은 4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 한국과 프랑스의 여자 단체 8강전 도중 갑자기 의식을 잃었습니다. 당시 우리 선수들은 강풍 때문에 고전했습니다. 0점을 쏘기까지 했죠. 화살이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자 신 감독의 신경은 곤두설 대로 곤두섰고, 결국 그는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신 감독은 현지 병원에서 뇌출혈 진단후 수술을 받았습니다. 장영술 총감독과 김진택 의무 담당자는 신 감독이 깨어나길 기다리며 줄곧 곁을 지켰습니다. 그러나 신 감독은 18일 뇌부종으로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소식이 들립니다. 신 감독이 개인 질병에 의해 사망했다는 이유로 사망 보험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 또는 경기 중에 다치거나 사망하면 그에 합당한 예우와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대한양궁협회는 속만 태우고 있습니다.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신 감독의 유족에게 대한체육회는 위로금 3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때 승마의 김형칠 선수가 경기 중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국가대표 선수단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2008년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한태권도협회장은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가 시합 도중 중대한 부상을 입거나 숨지면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는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기한을 넘겨 폐기됐습니다.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은 지난해 8월 국가대표 선수와 감독을 보호하기 위한 체육유공자법(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제출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이에리사 의원 측은 23일 “개정안이 통과됐더라면 신 감독에 대한 보상이 문제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가대표 선수단의 처우와 안전망 구축을 위해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가 국가의 보호를 받는 ‘신현종 법’이 통과되길 기대해 봅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