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정선거 공방으로 치닫는 정기국회
입력 2013-10-23 18:39
박 대통령은 엄정수사 지시하고, 야당은 국정에 협조해야
여야는 지난 14일 국회 국정감사를 시작하면서 이구동성으로 정책국감·민생국감을 다짐했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국민을 위한 국감을 하려나 싶었다. 하지만 국감 일정을 절반 소화한 현 시점에서 볼 때 완전 낙제점이다. 정책과 민생은 온데간데없고 온통 정쟁(政爭)으로 얼룩져 있다.
정쟁도 건설적인 것이라면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국회에선 ‘대선 부정’ 논란으로 모든 정책 현안이 외면당하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조직적 대선개입 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대선불복론까지 나왔다. 급기야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까지 나서서 박근혜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싸움판은 더욱 커지게 생겼다. 1년 가까이 지난 대선이 아직도 정쟁의 소재가 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국리민복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안이다.
이런 상황이 걱정스러웠던지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국회에 신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국정과제 이행 등과 관련해 국회에 제출한 법안이 100건이 넘는다고 했다. 문제는 국감이 끝나더라도 국회가 순항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주요 정책 입법과 예산안 심사에 박차를 가해야 할 텐데 지금 분위기로는 기대난망이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결국 정치 지도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인의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한 대선 때 약속을 제대로 지키기만 하면 된다. 그것은 상생과 협력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새 정부 첫 정기국회에서 주요 정책 입법을 하지 못할 경우 임기 내내 국정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새누리당은 민주당과 문 의원 등이 대선 패배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설득력 있는 수습책을 내놓는 성숙한 집권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문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침묵이 최상의 선택이 아님을 알았으면 한다. 대통령으로서 여야 이전투구에 휘말리고 싶지 않겠지만 정쟁을 실질적으로 종식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대통령이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의 책임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있지만 수습 책임은 박 대통령에게 있다. 이 문제를 수사하는 검찰이 극심한 분열상을 보이는 데다 법무장관이 내분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서서 검찰의 조직 안정과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는 게 옳다. 문 의원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수사외압 가능성을 차단하고 국정원을 확실히 개혁하겠다는 대국민 약속도 필요한 시점이다.
민주당의 경우 민주주의 수호를 부르짖고 있지만 마구잡이식 대여 공세로 국회가 제 역할을 못 하게 될 경우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눈을 부릅뜨고 수사기관을 감시하되 국정에는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수권정당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