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없는 국산무기 불량, 책임지는 사람은?

입력 2013-10-23 18:33

군은 국가안보의 첨병이요, 국토방위의 마지막 보루다. 이렇게 되려면 강력한 무기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국방예산 35조8000억원 가운데 약 30%인 10조7000억원을 ‘킬 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개발 등 방위력 개선비로 배정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우리 군의 정신력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무기체계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북한군 도발이나 침략을 적시에 응징할 수 없다는 건 불문가지다.

실제로 그런 우려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서해를 지키는 2함대 주력 구축함 을지문덕함이 지난해 12월 9일 새벽 대잠수함 작전 수행 도중 전북 군산시 어청도 서남방 110여㎞ 해상에서 갑자기 멈춰선 것이다. 사고 원인은 어처구니없게도 발전기 배터리 불량이었다. 이로 인해 승조원 170여명이 탑승한 길이 135m의 을지문덕함은 무려 5시간 동안 표류 아닌 표류를 해야 했다. 더 걱정스러운 건 서해 2함대 사령부와의 교신마저 두절됐다는 사실이다.

을지문덕함은 광개토대왕함에 이어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하고 제작한 두 번째 3800t급 구축함이다. 함대지·함대공 미사일은 물론 2대의 작전용 헬리콥터와 근접방어무기체계, 첨단 레이더, 음파탐지기 등을 갖춘 서해 방어의 핵심전력이다. 군함과 탑재된 첨단무기들이 한때나마 무용지물이 됐다는 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서해 전력에 엄청난 공백이 생겼는데도 군은 철저히 숨겼다. 이전이나 이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지 의문이 생기는 게 무리는 아니다.

이뿐 아니다. 현재 해군이 200여기 보유하고 있는 국산 기뢰 ‘잠룡(K721)’도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기당 가격이 1억7000만원에 이르는 잠룡은 폭발 성공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지난해 성능실험에선 6번 가운데 한 차례도 폭발하지 않았고, 올 실험에서는 30번 중 6번 폭발했다는 것이다. 이 통계대로라면 해군에 배치된 200여기의 잠룡 중 170여기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 ‘무늬만 기뢰’인 셈이다. 정말이지 안보가 걱정된다.

걸핏하면 터지는 게 국산무기 불량 문제다. 척당 가격이 860억원에 이르는 윤영하급 차기고속정(PKX)은 엔진 국산화 직후 직진항행이 불가능한 어이없는 일이 터졌고, 대당 가격 80억원인 K2전차의 경우 국산 파워팩 불량으로 전력화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런가 하면 K21 수륙양용장갑차에 탑승한 병사가 도하훈련 중 장갑차 배수펌프 불량으로 익사하는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그런데도 도대체 책임지는 사람을 볼 수가 없다. 군의 무책임한 태도와 불량 국산무기로는 국가안보를 장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