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감 스포츠] 천당과 지옥을 맛본 김세영
입력 2013-10-23 18:33
아직 몇 개 대회가 남았지만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가장 극적인 장면은 지난 9월 8일 한화금융클래식 마지막 날에 나온 김세영(20·미래에셋)의 대역전극이 아닐까 싶다. 선두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에 5타까지 뒤지던 김세영은 9번홀 이글에다 17번홀 홀인원까지 곁들이며 동타를 만들었고, 연장전에서 유소연을 꺾고 우승했다. 혹자는 KLPGA 투어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명장면이라고 했다.
태권도 3단이기도 한 김세영은 지난 4월 국내 개막전인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도 18번홀 이글로 첫 우승을 맛볼 만큼 뒷심이 강한 선수였다. 하지만 행운이 늘 그의 편은 아닌 모양이다. 지난 18일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에서 끝난 미국 LPGA 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에서는 1타차 선두를 달리다 되레 역전패했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앞조의 서희경(27·진로하이트)이 버디를 잡아 김세영으로서는 파만 해도 최소 연장전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샷이 하필이면 페어웨이 경사면에 맞아 15㎝나 길러놓은 깊은 러프에 빠졌고 세 번째 어프로치샷도 그린에 올리지 못하면서 그대로 무너졌다. 결국 파는 고사하고 보기에 머문 그는 공동 3위로 밀려났다. 한순간의 불운으로 김세영은 우승상금 3억원과 소속사의 격려금 1억5000만원에다 비회원 LPGA 챔피언에게 주는 ‘투어 직행권’을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