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이기수] 기준병실을 2인실로 높이자
입력 2013-10-23 18:32
대형 병원에 입원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안다. 그곳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돼 기본 입원료의 20%(하루 1만원 정도)만 내고 이용할 수 있는 일반병실(5∼6인실) 얻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왜 병실 구하기가 이리도 어렵게 됐을까. 바로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서다. 값이 싼 일반병실을 찾는 환자에 비해 병상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뜻이다. 결국 일반병실 입원 환자 10명 중 6명(59.5%)은 울며 겨자 먹기로 상급병실(특실과 1∼4인실)을 써야 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정부가 이런 병실난 개선을 위해 드디어 칼을 빼들었다. 최근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을 통해 ‘상급병실 개선안’을 만들고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정책토론회도 열었다. 정부는 여기서 나온 의견을 수렴, 연말까지 입원 환자들의 상급병실 차액 부담을 줄이는 안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다. 상급병실이란 건강보험이 인정하는 기본 입원료의 20% 외에 추가 비용(병실차액)을 부담해야 하는 특실과 1∼4인실을 가리킨다. 병실차액은 병원마다 다르다. 같은 1인실도 병원에 따라 6만원부터 48만원까지 편차가 크다.
현재 정부가 준비한 상급병실 개선안은 두 가지다. 1안은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실 비율을 현재의 65%에서 75%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다. 2안은 상위 5개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2인실도 포함시키는 등 특실과 1인실을 제외한 전 병상에 건강보험을 확대 적용하는 내용이다.
나는 이 중 2인실까지 일반병실로 전환시키는 2안을 모든 병원에 똑같이 적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병원 측의 꼼수경영식 수입 확대를 노린 ‘1∼2인실 경유 일반병실 입원’ 관행이 사라지게 된다고 본다. 환자들 간 위화감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사실 이보다 더 합리적인 건 일반병실을 면적 기준으로 확장하는 방법이다. 법적으로 병상당 면적 기준은 현재 1인실 6.5㎡, 2인실 이상 4.3㎡로 돼 있다. 1평을 조금 웃도는 크기다. 반면 영국의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 제도는 병상당 최소 13.3㎡를 확보하도록 권장한다. 병원 내 감염 방지와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다. 우리도 이젠 병상당 면적 기준을 10㎡ 정도로 높일 때가 되지 않았을까.
최근 들어 상급병실 문제가 논란거리가 된 이유는 대학병원 위주의 상급종합병원, 특히 상위 5위권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하려고 했을 때 일반병실이 없어 상급병실을 거쳐 돌아들어가야 하는 게 통과의례처럼 된 탓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병원 입원 환자 중 의사가 치료 상 필요하다고 해서, 또는 쾌적하고 고급스러워서 자발적으로 1인실 등 상급병실을 이용한 경우는 각각 15%와 10.1%에 불과했다.
입원비 부담이 적으면서도 쾌적하고 사생활 침해도 없는 병실 환경은 모든 입원 환자의 바람이다. 정부의 이번 상급병실료 개선 움직임이 입원 환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정책으로 제도화되기를 바란다. 다만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선 몇 가지 사전 정지작업이 필요하다. 당장 의료계의 입원 수가(酬價) 현실화를 통한 병실차액 손실금 보상 요구와 일반병실 확충 또는 상향 조정에 따른 건강보험의 재정부담 증가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각 병원들의 병실 환경 개선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의 재정지원 대책이 꼭 뒤따라야 할 문제다.
요즘 미국과 유럽 각국의 대학병원은 3인용 병실도 없애고 좀더 쾌적한 환경의 1인실 위주로 운영된다고 한다. 이왕 맘먹고 병실 환경을 개선할 거라면 적어도 2인실 체제는 기본으로 굳혀야 ‘의료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단순히 비싼 돈 주고 최첨단 의료장비를 다른 나라보다 더 빨리, 많이 갖춘다고 의료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병실 환경 개선에도 모름지기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을 자꾸 곱씹게 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