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댓글’ 후폭풍] 새누리 ‘대선불복’ 무기로 靑 불길 확산 차단
입력 2013-10-23 18:16 수정 2013-10-23 22:28
새누리당은 23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공식적으로 ‘대선 불공정’ 발언을 한 데 대해 “대선 불복의 본색을 드러냈다”고 격앙했다.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문제인 만큼 ‘대선 불복’ 프레임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부정선거 주장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 청와대에까지 논란의 불길이 번지는 걸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 직후에 국민들 앞에서 대선 결과에 승복한다고 이야기한 사람이 지금 와서 불공정한 대선이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남자답지 못한 비겁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원칙과 소신 없이 때에 따라, 유불리에 따라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는 행태는 올바른 정치인의 처신이 아니다”며 “선거에 출마했던 당사자가 이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낯 뜨거운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유일호 대변인도 국회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대선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했던 문 의원이 민주당의 다른 의원들처럼 대선 불복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유 대변인은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여야 할 것 없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은 수사를 방해하고 혼란만 가져온다”면서 “정부기관의 대선 개입을 비난한다는 명목으로 사법절차에 대한 개입을 하려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무총장을 지낸 서병수 의원은 “2002년 대선 당시 집권 세력 일부와 검찰이 김대업을 앞세운 ‘병풍(兵風)’ 공작정치를 해서 우리 후보가 57만여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했을 때도 우리는 그 결과를 존중했다”면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하고 ‘사초폐기’ 의혹을 은폐하려는 정당이 108만표 넘게 패배했는데도 1년이 다 되도록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녹음테이프를 틀 듯 대선 불복 주장을 반복하는 데 대한 반발 기류도 감지됐다. 한 의원은 “얼마나 할 이야기가 없으면 대선 불복 이야기만 하겠느냐”며 “마땅한 다른 반박 논리가 없어 한숨이 나올 정도”라고 토로했다.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크다는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일부 중진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선 불복’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당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몽준 의원은 “새누리당이 이번 사건에서 무언가 감추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며 “국민들의 오해가 없도록 모든 방법을 다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집권당과 여당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이재오 의원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야당은 다소 말이 거칠고 험악해도 야당이니까 하고 넘어가지만 여당을 책임진 사람들은 말을 아끼고 가려서 하는 절제의 미덕을 배워야 한다”며 “정치적 사건에 여당이 너무 나서도 좋지 않고 너무 나가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