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셀프주유소의 명암] 기름값 싸서 좋긴 한데 장·노년층 일자리 줄어

입력 2013-10-24 05:01


윤모(50)씨는 대전 유성에서 셀프주유소를 운영한다. 본래 정유사 풀서비스(직원들이 기름을 넣어주는 것) 주유소 사장이었던 그는 지난 4월 생각을 바꿨다. 주유소 간 치열한 가격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름을 싸게 팔 수 있는 셀프주유소가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3일 이곳의 휘발유 가격은 ℓ당 1949원으로 풀서비스 주유소보다 50원가량, 경유는 ℓ당 1749원으로 90원가량 저렴하다. 직원도 계산대에 1명, 세차 담당 1명만 있으면 된다.

윤씨는 “이전에는 주유기 4대를 직원 3명이 관리했지만 지금은 손님들이 직접 주유하기 때문에 인력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곳에서 세차원으로 일하는 김모(60)씨는 “요즘 주유소는 3D 업종이라 젊은이들은 잘 오지 않는다”며 “셀프주유소는 직원이 많이 필요 없으니 우리 또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셀프주유소와 알뜰주유소가 늘면서 주유소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줄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값싼 기름을 공급받을 수 있지만 주유소에서 일해 온 베이비부머(1955∼63년생)나 노인층은 일자리를 잃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2011년 637곳이던 셀프주유소는 지난 6월 1279곳으로 배 이상 늘었다. 기름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셀프주유소로 소비자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반면 풀서비스 주유소는 같은 기간 1만2264곳에서 1만1434곳으로 줄었다.

주유소들의 가격 경쟁은 이명박정부 때인 2011년 11월 정부가 물가안정 대책으로 알뜰주유소를 도입하면서 한층 거세졌다. 기획재정부가 집계한 이달 기준 알뜰주유소는 979개로 판매 가격은 휘발유의 경우 시중가보다 ℓ당 44.26원, 경유는 47.83원 저렴한 것으로 집계됐다. 1995년 이후 거리 제한이 폐지된 데다 기름값이 저렴한 알뜰주유소가 속속 들어서면서 가격경쟁력에서 밀린 풀서비스 주유소들은 셀프주유소로 전환했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주유소 직원의 대부분이 베이비부머나 노인층 인구라고 보면 늘어난 셀프주유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 셀프주유소 형태로 운영되지만 유독 뉴저지 주는 주유 담당 직원을 쓴다. 일자리를 고려한 방안이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주유소가 과포화 상태이고 거리 제한도 없어져 가격을 낮춰야 경쟁이 된다”며 “가장 먼저 줄이는 게 인건비라서 셀프주유소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