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사상 초유’… 檢 어쩌다 이 지경

입력 2013-10-23 18:12 수정 2013-10-23 22:14


‘사상 초유의 검찰 스캔들’이 1년간 끊이지 않고 있다. 성추문 검사, 뇌물 검사, 현직 중수부장과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 음란 동영상 간부,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 국정감사장 내분 사태까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사건이 잇따라 터져나왔다. 모두 사상 초유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법조계 인사들은 “검찰 조직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11월 벌어진 성추문 검사 파문이 시작이었다. 서울동부지검에서 실무수습을 받던 전모 검사가 여성 피의자와 검사실 등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사실이 밝혀지면서 검찰 조직은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 비슷한 시기 김광준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사건이 터졌다. 검찰과 경찰이 각각 김 부장검사를 수사하는 초유의 ‘이중 수사’ 사태도 빚어졌다. 검사들의 각종 추문에 퇴진 압박을 받던 한상대 당시 총장이 최재경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 지시를 내리면서 이른바 ‘검란(檢亂)’이 발생했다. 한 전 총장이 사퇴하면서 사태는 봉합됐으나 검찰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다. 자연스럽게 검찰 개혁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부터 논의됐던 검찰 개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은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한상대 채동욱 두 총장도 자체 검찰 개혁을 추진했다. 채 전 총장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고, 외부 인사 중심의 검찰개혁심의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일부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채 전 총장이 혼외아들 의혹으로 낙마한 이후 검찰 자체 개혁도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정치권의 검찰 개혁 논의 역시 실종 상태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는 박 대통령의 검찰 개혁 공약 이행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6개월 동안 활동했지만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난달 말 문을 닫았다. 급기야 지난 21일에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를 두고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수뇌부에 항명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법조계는 추문으로 얼룩진 검찰을 바로잡기 위한 근본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나승철 서울변호사회장은 “검찰 개혁은 중수부 하나를 없앤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주문하는 의견도 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행정 권력이 검찰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검찰의 위상과 지위를 바꿔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정웅석 서경대 교수는 “행정부적 특성과 사법부적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검찰의 기형적인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행정부에서 검찰을 독립시켜 법원 같은 사법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