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선 불공정” 파문] 2012년 12월 대선으로 돌아간 ‘정치 시계’

입력 2013-10-23 18:16 수정 2013-10-23 19:13


한국 정치의 시계추가 지난 대통령 선거일인 2012년 12월 19일로 되돌아갔다. 대선을 치른 지 10개월이나 지났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대선 정당성 논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각종 민생·외교안보 현안은 볼모로 잡혀 있다.

국가정보원과 군의 ‘정치 글’로 촉발된 대선 논란은 정국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켜 버리는 블랙홀이 돼 버렸다. 동양그룹 사태, 기초연금 문제, 남북관계 해법 등은 국감 이슈에서 사라졌다.

대선을 둘러싼 논란은 박근혜정부의 정당성을 뿌리째 흔드는 사안이다. 여야 모두 절박한 심정으로 판돈을 올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민주당의 대선 불복 주장이 역린(逆鱗)을 건드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박근혜정부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반박한다. 서로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도 충돌을 막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브레이크를 잡을 것을 요구하는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야가 주장하는 정치공학적 프레임에 양당의 속내가 숨어 있다. 새누리당은 ‘대선 불복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을 선거 결과조차도 승복하지 않는 정당으로 몰아붙이며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부정선거론’을 강조하고 있다. 대선 결과는 번복할 수 없지만 ‘신관권선거’라는 점을 강조해 앞으로의 선거에서 국가기관의 개입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는 당위론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 정치가 대선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면서 새 정부로선 가장 의욕적으로 국정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임기 첫해 발목이 잡혔다. 민주당도 대선이라는 과거에 집착해 민생은 뒷전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우선 국정원과 군 등의 정치 글이 대선에 미친 영향을 계량화할 수 없다. 심판자도 없다. 검찰과 군의 수사결과에 대한 공신력이 의심받는 상황이다. 여야가 아전인수격으로 수사결과를 해석하며 ‘남 탓’만 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논란이 확대 재생산돼 미로를 헤맬 가능성이 큰 것이다.

출구전략도 쉽지 않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 사과와 남재준 국정원장 등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입장에서는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라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도의적 사과가 마치 정치개입을 인정하는 꼴이라는 해석도 부담스럽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3일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들이라 여야 모두 털고 가는 것이 맞는다”면서 “청와대가 정치력을 발휘해 잘못한 것은 인정하고, 야당도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윤해 김동우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