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진삼열] 정무위원장 눈엔 지역구만 보이나

입력 2013-10-24 04:59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이 23일 부산 한국거래소 본사를 찾았다. 본인이 준비한 ‘탄소배출권거래소 부산 유치를 위한 정책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김 위원장은 축사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이 성장해 향후 해외 탄소배출권 시장과 연계될 경우 국내 금융기관은 물론 해외의 유수 금융기관 및 관련 연구기관 유치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부산 유치에 힘을 실었다.



김 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부산’으로 귀결된다.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오로지 자신의 지역구(부산 남구갑)의 이익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김 위원장은 다음날 거래소와 기술보증기금의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 정무위원장으로 국감 자료를 검토하고 정리하기에도 모자랄 시간을 지역구 민심다지기에 사용한 셈이다.



지난 17일 금융위원회 국감 자리에선 오전 정회 직전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김 위원장이 뜬금없이 ‘한국거래소 민영화’ 이야기를 꺼낸 탓이다. 김 위원장은 “세계적으로 봐도 거래소를 공기업화한 곳이 이 나라밖에 없다”며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게끔 거래소 민영화 방안에 대해 답변해 달라”고 신제윤 금융위원장에게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또 “정책금융공사를 부산에 내려 보내 선박금융공사를 대체하거나 한국형 투자금융기관으로 육성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신 금융위원장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오전 국감 내내 동양사태만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거래소 민영화에 대한 답변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신 위원장은 결국 “위원장께서 특별히 말하셨으니 살펴보겠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김 위원장의 행보가 중도를 잃었다고 본다. 정무위원장 자리를 지역구 환심을 사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 위원장 측은 “탄소배출권거래소는 부산 발전을 위해 수년 전부터 준비해 왔던 일인 데다 환경부의 선정이 임박해서 국감 중에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정무위원장이라면 지역구를 떠나 국가 금융산업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한다.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