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선 불공정” 파문] “대선 불복 논란 두려워 선거 불법 묵인할 수 없다”

입력 2013-10-23 18:07 수정 2013-10-23 22:26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23일 “지난해 대선이 불공정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정치권이 본격적인 ‘대선 불복’ 논쟁에 빠져들게 됐다. 문 의원이 대선 불복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대선 패배 당사자의 입에서 나온 사실상 ‘대선 불복성’ 발언이라는 점에서 향후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라는 옹호론과 대선 패배론을 벗어나려는 전략이라는 비판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문(文), 대선 불복론 정면돌파 선택=문 의원의 발언에는 대선 불복론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한마디로 “대선 불복 논란이 두려워 선거 불법을 묵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정감사 등을 통해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글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지만 민주당은 ‘부정선거’ 혹은 ‘대선 불공정’ 등 발언을 자제해 왔다. 자칫 새누리당의 ‘대선 불복 프레임’에 갇히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이 확대되면서 국면이 새롭게 전개되자 발언 수위를 점점 높여 왔다.

급기야 문 의원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당 지도부가 대선 불복론에 부담을 느껴 대여(對與) 투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은 성명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의 진상을 규명하고 국정원을 개혁하라는 국민과 야당의 당연한 목소리까지 대선 불복이라며 윽박지르고 있다”면서 “민주주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대선 불복이 아니라 대선 불법”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을 해임하는 ‘결단’을 내리라는 뜻이다.

문 의원은 또 성명에서 “(대선개입 의혹은) 결코 과거 일이 아니라 미래의 문제”라며 “다음 대선에서도 국가기관이 동원되는 선거가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바로잡지 않으면 향후 선거에서도 불공정한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담겨 있다.

◇엇갈린 시선=문 의원의 성명에 대해 당내에서는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대선 불복론과 선을 그어온 당 지도부도 허를 찔렸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본인이 대선 후보였으니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위치이나 시기상으로 조금 이르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문 의원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대선 불복성 발언으로 오해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대선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려 한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미(未)이관 사태에 따른 ‘사초폐기 논란’으로 궁지에 몰렸던 문 의원이 승부수를 던져 지지층을 결집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친노무현계인 전해철 의원은 “선거에 부정이 있는데 이를 ‘프레임’으로 모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시정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엄기영 정건희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