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檢 내분사태] 檢수뇌부, 국정원수사팀 손 보나
입력 2013-10-23 18:03
검찰 수뇌부가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이끌던 국가정보원 특별수사팀을 ‘손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사팀의 최근 행보를 보면서 이대로 방치하면 혼란만 키우고, 수사의 원만한 마무리도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23일 “현 수사팀에 변화를 주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데 다수의 간부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여러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직무 배제된 윤 지청장을 대신할 후임 수사팀장 인선과 함께 경력 10년 이상의 고참 검사를 추가로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분은 수사팀 보강이다.
그러나 수사팀 내부 장악과 조직 기강 확립을 목적으로 한 포석의 성격이 강하다. 현재 수사팀은 주임검사인 박형철 공공형사부장과 공공형사부 검사 2명, 특수2부 검사 1명, 형사1부 검사 1명이 전담하고, 일부 지원을 받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기소 등 큰 현안을 마무리한 뒤 수사팀원을 다소 줄였다. 현재의 수사팀이 국정원 직원 체포·압수수색 등을 자체 결정만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윤 지청정과 뜻을 같이했다는 게 검찰 수뇌부 인식이다. 수사를 총괄하게 돼 있는 이진한 2차장 검사는 수사팀에 영향력을 미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이다. 윤 지청장은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이 차장을 수사 책임자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검찰 수뇌부는 결국 공안부 경험이 많은 새로운 팀장과 그 뒤를 받쳐줄 검사를 투입해 남은 수사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의 재판을 담당케 하겠다는 복안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기존 팀원을 교체하는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야당 측이 윤 지청장의 수사팀장 복귀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수사팀을 다시 구성하면 반발할 게 자명하고, 검찰 내부에서도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에서 선뜻 결론을 못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장이 공석이기 때문에 후임자를 인선하고, 분위기를 바꾸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여러 여건상 당장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