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 경제 교사, 시진핑 비판

입력 2013-10-23 18:00


덩샤오핑의 경제 교사이자 중국 시장경제학의 대부로 알려진 우징롄(83·사진)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연구원이 중국의 다음 개혁 목표는 정치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치적 ‘좌편향’ 노선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미 캘리포니아대 중국 전문가인 배리 노턴이 번역·출간한 우징롄의 논문 모음집을 소개하며 정치 개혁과 중국 경제 발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우징롄은 신간에서 미완의 개혁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주장을 폈다. 개혁의 실패가 공무원의 부패로 이어지고 다시 경제의 비효율을 낳는다는 진단이다. 부패한 관리들은 소비가 아닌 투자 위주의 중국 경제 발전 모델을 선호한다. 국가 주도의 대규모 투자 과정에서 사적 이익을 챙길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우징롄은 “정치 개혁만이 중국의 성장을 지속가능한 궤도 위에 올려놓을 수가 있다”면서 “그래야만 지난 30년 동안의 개혁과 성장이 소수 특권층의 배만 불리고 소득 불평등을 확대시켰다는 국민의 비판에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생각하는 정치 개혁의 방향은 사법부의 독립과 인권 보장, 언론 자유 등이다. 그는 “이는 결코 주저해서는 안 되는 과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노턴은 “시 주석의 강경 노선 때문에 우징롄의 핵심 개혁 권고가 중국에서 공개적으로 논의조차 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의심할 여지없이 예전 상황으로 후퇴했다”고 경고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4월 시 주석 명의로 서구식 민주주의, 인권, 언론 독립과 자유 등을 중국을 위협하는 7대 요소로 규정했다. 시 주석은 최근 마오쩌둥 사상을 상기시키면서 “중국의 붉은 색깔이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우징롄은 중국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다. 그는 신간에 실린 노턴과의 일문일답에서 “현재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새 지도부는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