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위는 ‘사관학교 3禁’ 충돌… 유승민 위원장 “총장님은 연애 안하셨나”
입력 2013-10-23 18:00
“3금(禁) 제도는 시대착오적이다. 규율을 최소화하라.” “동의할 수 없다. 엄격한 규율이 필요하다.”
23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해군본부 국정감사에서는 사관학교의 3금 제도를 놓고 국방위원장과 해군참모총장이 첨예하게 맞섰다. 3금 제도는 사관학교에서 흡연과 음주, 결혼 및 이성교제를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육군사관학교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이후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새누리당 소속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은 대뜸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에게 “총장님은 생도시절에 담배 안 피우셨나, 술 안 마셨나, 연애 안 해보셨나”라고 물었다. 이어 해군사관학교의 ‘사관생도를 위한 건전한 이성교제 지침서’를 들어보이며 “시대착오적인 내용이 많다”면서 “생도들도 성적인 자기결정권과 프라이버시를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황 총장은 “사관생도는 그런 자세와 절제가 있어야 장교로서 조직을 이끌 수 있다”며 엄격한 규율을 강조했다.
36쪽 분량의 지침서는 총칙과 함께 이성교제 등 행동수칙, 성 군기 사고 사례 및 처리 절차, 성 군기 사고 예방 교육 교수안, 각종 사례별 대응요령과 생활수칙을 담고 있다. 남생도 행동수칙을 보면 여생도에게 과도한 관심 표현(SNS, 전화 등)을 금하고, 특히 1학년 여생도와의 이성교제를 금하고 있다. 여생도 행동수칙은 향이 짙은 향수 사용 금지, 립스틱 색깔 점잖게 할 것, 화장은 청순하게 하고 매니큐어는 피부색에 가까운 색상으로 하며 인조 속눈썹 부착은 금지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성 군기 사고 예방을 위한 10가지 수칙에는 음담패설 삼갈 것, 회식 시 술시중이나 블루스 강요하지 말 것, 영내에서 인터넷 음란 사이트나 음란물 보지 말 것 등이 담겨 있다.
유 위원장은 “미국 육사인 웨스트포인트가 규제와 자율을 조화시킨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 사관학교도 규제와 자율을 잘 조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라”고 권고했다. 민주당 김재윤 의원도 “이성교제 지침서는 이성교제 금지서로 위헌 소지마저 있다”며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계룡=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