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멀어지는 우방국 사우디·터키

입력 2013-10-23 18:00

중동에서 미국과 전통적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 및 터키와의 관계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근본 원인으로는 미국의 대(對)시리아·이란 정책이 꼽힌다. 이들 국가에 대한 미국의 접근법이 과거와 달라지면서 중동의 전통적 우방과의 관계도 새로운 자리매김이 불가피해 보인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사우디의 왕자로 정보당국 최고 책임자인 반다르 빈 술탄 알 사우드는 지난주 말 유럽 외교관들을 만난 자리에서 “시리아 반군에 대한 무기·훈련 지원과 관련해 미국과 협력을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WSJ는 이런 발언이 미국과 사우디의 긴장을 확대할 것으로 분석했다.

사우디 정보 책임자와 회동에 참석했던 한 외교관은 사우디가 지난주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자리를 거부한 것은 유엔이 아닌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사우디 관리들도 개인적으로 미국 의원들에게 시리아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사우디가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으며 미국 관리들은 현재의 상황을 사우디가 화가 났다고 표현한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사우디 사이의 긴장은 최근 몇 개월 사이에 급격하게 고조됐다. 특히 사우디는 시리아에 대한 공습안을 포기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분노했다. 외교적 해법 추구로 돌아선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정책도 사우디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사우디는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으로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경쟁 관계에 있고 시리아 정권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사우디와 같은 수니파가 국민의 다수인 터키도 미국의 대시리아 불개입 정책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터키는 내전을 피해 자국 영토에 들어온 수십만명의 시리아 난민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을 걸머져야 해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권에 대한 미국의 소극적인 대응에 갈수록 비판적이다.

터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임에도 최근 중국으로부터 미사일을 구입한 일은 터키의 미국에 대한 불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게다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터키는 이란 내부의 이스라엘 스파이 조직에 대한 정보를 이란에 제공해 일망타진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1차적으로는 이스라엘에 피해가 가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대이란정책에 대한 불만을 터뜨린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편 미국과 영국 등 11개국 외무장관 및 아랍권 대표들은 22일 시리아 모든 정파가 참여하는 평화회담 개최가 시급하며, 향후 시리아 정부에서 아사드 현 시리아 대통령을 배제하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