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 미루거나 포기 美청년 급증… 1970년대 이후 최고 수준
입력 2013-10-23 18:00
미국에서 구직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청년이 늘고 있다. 경기침체와 함께 졸업 지연, 수명 연장 등이 노동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용 부진은 양적완화 출구전략 선택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은 20∼34세 인구 중 취직했거나 구직 중인 비율이 2000년 4월 83.0%에서 지난 8월 77.5%로 떨어졌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구직을 미루거나 아예 단념한 청년이 17.0%에서 22.5%로 늘었다는 뜻이다. 경기침체기였던 1970년대 이후 가장 높다.
최대 이유는 경제침체는 청년들에게 더욱 가혹하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으로선 해고보단 채용 감축이 손쉬운 탓이다.
경제학자들은 동시에 구조적 변화를 지적한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대학 진학은 늘어나는데 졸업 시기는 늦어지는 것이다. 올해 대학 진학자는 2000년보다 25% 늘었다.
비싼 대학 등록금도 학생을 캠퍼스의 볼모로 만든다. 학비 부담이 커지자 학기당 수강 건수를 줄이거나 등록금을 마련할 때까지 휴학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월급도 시원찮은데 그냥 집에서 애나 보자’는 사람도 늘고 있다. 결혼 후 일을 그만두는 25∼34세 여성은 2000년 이후 증가했다.
길어지는 수명도 청년이 구직을 미루는 이유로 꼽힌다. 오래 살게 될수록 대학 졸업과 결혼, 내 집 마련, 출산 등 인생의 시간표가 늘어지게 마련이다. 이 중 가장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결혼은 구직 여부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부모 세대인 베이비부머가 은퇴를 늦추는 것도 청년 취업을 어렵게 만든다. 이들은 좀처럼 일자리를 놓지 않으려고 한다. 취업 상태인 55세 이상 인구는 2000년 30%에서 현재 40%로 증가했다.
미 노동부는 지난 9월 새로 늘어난 일자리가 14만8000개라고 밝혔다. 8월의 19만3000개는 물론 시장 예측치 18만개를 모두 밑돈다. 모건스탠리는 “구조적 실업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고용동향을 볼 때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