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오염원 공장 어쩌나… 베이징 ‘스모그 딜레마’

입력 2013-10-23 17:59 수정 2013-10-23 22:50


중국 베이징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모습이 전 세계 조간의 헤드라인 사진을 장식하는 요즘, 이를 바라보는 허베이성 청더 주민들은 한숨부터 나온다. 최악의 스모그 때문에 베이징을 찾는 관광객이 줄어든다는 뉴스는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 한다. 일자리를 잃을까 덜컥 겁이 나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스모그가 왜 청더 주민을 우울하게 만들까.

◇최악의 스모그가 낳은 딜레마=청더는 베이징에서 차로 5시간 거리의 소도시다. 시커먼 철골 구조물 공장이 우후죽순 들어선 도시는 언뜻 볼품없고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중국 철강산업의 중심지이다. 허베이성 내 도시들이 대부분 그렇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직전 ‘도시 미관상의 이유’로 굴뚝산업 시설들을 베이징 밖으로 밀어냈다. 주요 철강공장, 시멘트공장이 허베이성 도시에 빽빽이 들어섰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단이 났다. 수만 개의 철강공장이 베이징을 둘러싼 모양새가 된 셈이라 공장에서 뿜어져 나온 미세먼지가 대기오염을 불러일으키며 중국의 수도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이 며칠 이어지면 여지없이 최악의 스모그가 베이징을 덮쳤다.

베이징은 대기오염과의 전쟁에 나섰다. 환경 전문가나 관료들은 허베이성 산업도시의 공장 가동을 멈추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앙정부는 허베이성에 공장 가동을 멈추는 대가로 3억3000만 달러를 제시했다. 팡리 베이징시 환경국 부국장은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베이징 대기오염 원인의 4분의 1가량은 청더 등 산업도시의 매연 탓”이라고 말했다. 환경국 자료에 따르면 실제 주변 지역 영향이 24.5%로 베이징 대기오염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자동차 배기가스(22.9%), 석탄 연소(16.9%)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청더를 포함한 허베이성 도시의 공장 가동을 멈추게 하는 것은 지역 경제를 파탄 내는 길이기도 하다. 청더에만 1만6000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으며, 이들의 가족 등 7000여명도 은퇴하기 전까지 철강산업에 기대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40년간 청더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공장이 없어지면 우린 갈 곳이 없다”며 “내 자식들도 여기서 일하고 있다”고 울먹였다. 베이징에서 주겠다는 보상금으로 먹고살기 막막하다는 것이다.

FT는 “베이징이 대기오염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든지, 철강산업이 실패하든지 중요한 기로에 섰다”고 지적했다.

◇겨울 스모그 현실화=베이징 위쪽 동북지역은 겨울 스모그로 난리다. 헤이룽장성, 지린성, 랴오닝성 등 동북 3성에선 20일부터 스모그가 사흘째 지속되면서 공항과 고속도로가 전면 통제되는 등 시민들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전날 폐쇄됐던 하얼빈 국제공항은 23일 오전 인천∼하얼빈 노선 등 국제선을 포함한 여객기 운항이 부분 재개됐다.

심한 스모그가 지속되면서 병원에는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헤이룽장성 환경보호청은 “다른 지역보다 겨울이 일찍 시작되는 지역특성상 일제히 난방이 공급되면서 겨울 스모그가 현실화됐다”고 했다. 이어 “바람이 불지 않는 날씨에 일교차가 커 넓은 지역에 안개가 형성됐고, 여기에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대형 보일러들의 오염물질 배출이 맞물려 오염도가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각종 농작물의 수확을 마치고 남은 짚이나 줄기 등 부산물을 태우는 행위가 크게 늘어난 점도 스모그 발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