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브랜드 고급화로 유럽서 질적 도약을”
입력 2013-10-23 17:47
유럽을 방문 중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2일(현지시간) “이제는 질적인 도약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품질 고급화를 통한 브랜드 강화를 주문했다. 침체를 이어가고 있는 유럽 차 시장이 서서히 회복될 조짐을 보이는 것에 선제 대응해 현대·기아차의 입지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정 회장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현대차 공장에서 “유럽 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는 지금 생산에 만전을 기해 유럽 고객 감성을 충족시키는 고품질 자동차로 브랜드 신뢰도를 강화하라”고 당부했다.
이 같은 발언은 유럽 시장 침체 속에서 현대·기아차가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음에도 브랜드 인지도가 여전히 낮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 회장은 “현대·기아차는 브랜드 인지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며 “유럽 전 임직원이 역량을 집중해 품질 고급화, 브랜드 혁신, 제품 구성 다양화 등을 추진해 미래를 준비하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러시아 방문 후 슬로바키아로 이동해 생산 품질을 점검했다. 슬로바키아 공장은 기아차 유럽 전략 차종인 스포티지 등을 생산 중으로 3분기까지 23만5000대를 생산·판매했다. 23일에는 i30 등을 생산하는 체코 공장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유럽총괄법인 등을 찾는 등 4개국을 잇따라 방문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정 회장이 지난해 3월 이후 19개월 만에 유럽을 방문, 품질 강화에 방점을 찍은 것은 유럽 자동차 시장 회복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유럽 자동차 판매는 1252만7192대로 2011년(1359만2823대)보다 7.8% 감소했다. 올해도 9월까지 933만8897대 판매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4% 축소되는 등 침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내년 유럽 시장 수요는 올해보다 2.5% 늘어난 1387만대로 회복된 후 2015년부터 본격 회복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는 유럽 시장 침체 속에서도 2010년 4.5%에서 올해 6.3%로 점유율을 끌어올린 만큼 시장 회복기에 맞춰 ‘글로벌 리딩 메이커’로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정 회장의 유럽 방문도 해외 시장에서 양적인 성장에 그치지 않고 질적인 도약으로 뒷받침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지난 7월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해외 시장에 답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이후 직접 유럽으로 날아가 품질을 강조함으로써 유럽 시장 회복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