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눈에 일하는 엄만, 바보 똥개래요”… 창작뮤지컬 ‘반짝, 내맘!’ 작가 한지안·작곡가 박정아씨

입력 2013-10-23 17:33 수정 2013-10-23 11:30


지난 22일 오후 4시 무렵. 서울 낙원동 한 빌딩 3층 연습실에선 경쾌한 피아노 소리에 맞춰 활기찬 노래 소리가 인근 낙원악기상가 쪽으로 흘러 나왔다. 국내 첫 중대형 창작뮤지컬 ‘반짝, 내맘!’ 연습 현장.

낙원동은 이름과 달리 버들가지처럼 늘어진 케이블선과 미로처럼 얽힌 골목, 그리고 1980년대나 봤음직한 간판이 남아 있다. 하지만 뮤지션 등 연예 관련 종사자에겐 악기 및 음향 시설 판매업소가 밀집되어 있어 성지나 다름없는 곳.

“엄마들이 자녀에게 하는 말 5종 세트가 뭔지 아세요?”

‘반짝, 내맘!’ 작곡가 박정아(35)씨, 작가 한지안(29)씨가 물었다.

“글쎄요….”

“첫째는 ‘기가 막혀’ 다음은 ‘내 신세야’ 그리고 ‘나중에’ ‘어허!’, 마지막은 ‘아함’이예요.”

“아함요?”

“하품이요.”

그녀들은 깔깔 거렸다. 음…싱겁다. 남자라 그런가?

‘반짝, 내맘!’을 아빠의 눈으로 보면 싱겁기 짝이 없다. 내 맘을 몰라주는 엄마와 사고뭉치 동생을 둔 열 살 소녀 별이의 환상 여행. 그렇다고 어린이 뮤지컬은 아니다. 동화와 공상을 좋아하는 별이가 신기한 가게 ‘프린세스’를 통해 환상의 꿈나라로 들어가 겪는 모험인 셈인데 문학으로 치자면 ‘성장소설’이다. 초경을 겪는 소녀의 불안과 그 불안 속에 녹아 있는 설렘의 느낌이 잘 드러난다.

열 살 딸과 일곱 살 아들은 둔 박정아씨가 말했다.

“엄마 말을 꼬투리 잡아 끝말잇기 하듯 따라하는 아이들 심리를 아빠들은 잘 모를 거예요. 또 그 말을 받아 ‘기가 막혀’라고 반응하는 엄마 심정도요. ‘반짝, 내맘!’은 사소한 일상 속에 녹아 있는 삶의 쓸쓸함이에요. 요즘 맞벌이 하는 가정 많잖아요. 아이도 외롭고, 그런 아이였던 엄마도 외롭죠.”

작가 한지안씨가 그랬다. 어린시절, 강원도 정선에서 교사 엄마의 딸로 자랐던 지안씨. 그녀는 늘 외로워 공상을 했고 자그마한 사고를 쳤다. 그 때 엄마는 “어이구 내 신세야”라고 말했다.

아이 눈에 일하는 엄마는 ‘바보 똥개 말미잘’이다. 곡 가운데 엄마를 향한 그런 가사가 나온다. 출연 배우들도 그 대목에선 신이 났다. 그들도 외로웠다.

세상이 변해 동네 마트 캐셔(cashier)라도 하는 엄마들. 때문에 아이들은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에 대한 욕망이 충족됐다. 하지만 외롭다. 그 투정을 지친 엄마에게 밖에 할 수 없다. 그런데 엄마는 하품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냉장고 문을 열고 다른 세상으로 여행하고 싶어 한다. 마치 우디 알렌 작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어찌 보면 소소한 투정 같은 내용의 이 뮤지컬은 CJ문화재단의 창작물 지원프로그램 ‘크리에이티브마인즈’에 응모, 경쟁 끝에 뽑힌 작품이다. 작품 당 2000만∼4000만원이 지원된다. 오는 28∼29일 서울 신정동 ‘CJ아지트’에서 리딩공연이 이뤄진다. 리딩공연이란 무대에 올리기 전 제작자 등에게 보여주고 제작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을 말한다. 문의 02-7615-0007.

글=전정희 선임기자, 사진=박효상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