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기타 소리 위 나지막한 목소리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 6집 앨범 발매

입력 2013-10-23 17:15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본명 조윤석·38·사진)이 23일 발표한 정규 6집 ‘꽃은 말이 없다’엔 ‘서울의 새’라는 노래가 실려 있다. 올여름 장마철에 비를 잔뜩 맞은 새 한 마리를 바라보다 만들게 된 곡이다. 그는 은은한 기타 소리 위에 나지막한 목소리를 포개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지 않겠니/ 젖은 날개가 무거울 텐데/ 어쩌면 걸어가야 할지도 모를 텐데.’

새를 바라보던 시선은 자신의 마음속으로 향한다. 부산 출신인 그는 팍팍한 서울의 삶을 이야기한다. ‘서울의 밤은 그런 것 같아/ 서로들 사랑한다 말해도/ 아닌 것 같아.’

이어진 노랫말은 동시대 사람들을 향한 연대의 메시지다. ‘길고 긴 비가 그치면/ 우리 젖은 날개를 맞대볼까/ 그러면 난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아/ 포근하게/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많은 뮤지션들은 루시드폴을 두고 이 같이 말한다. 요즘 가요계에서 가장 근사한 노랫말을 써내는 뮤지션이라고. 그리고 실제 그의 6집에도 찡한 울림을 선사하는 노랫말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속사(안테나뮤직) 사무실에서 루시드폴을 만났다. 그는 지난 4월 소극장 장기공연을 마친 뒤 새 노래들을 만들기 시작했고, 완성된 음악 중 10곡을 추려 앨범에 담았다.

“과거엔 정교하게 소리를 채워 넣는 음악을 만드는 게 어렵다고 여겼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반대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필요한 소리만으로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그래서 반드시 음악에 더해져야 하는 소리만 가지고 만든 음반이 이번 앨범이에요.”

그의 설명처럼 음반에 실린 음악들은 단출하다. 대부분 노래가 기타와 피아노가 이끄는 선율에 목소리만 보탠 얼개를 띠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이처럼 소박한 밥상을 차려내기까지 그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짐작하게 된다. 곡마다 기타 소리가 조금씩 다르다는 게 그 증거다. 루시드폴은 소리의 질감이 제각각인, 종류가 다른 기타 5대를 녹음에 사용했다.

“음악 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악기는 곧 새로운 소리이기도 해요. 이번에 여러 종류의 기타를 접하면서 새로운 소리를 찾아내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루시드폴은 음반 발매를 기념해 다음 달 6∼17일(11, 12일은 제외)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콘서트를 연다. 그는 “앨범을 만들며 정말 좋은 연주자들을 만났고 공연 역시 이들과 함께 하게 될 것 같다”며 “마당놀이나 씨름처럼 무대가 공연장 중간에 있는, 그래서 관객들은 입체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콘서트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