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가든’·‘신사의 품격’… 이번엔 ‘상속자들’ 그녀의 신데렐라 판타지 계속 달달할까

입력 2013-10-23 17:15


방송작가 김은숙 흥행 신화 시험대에

이 사람이 쓴 드라마는 흥행에 크게 실패한 적이 없다. 웬만한 톱스타도 그가 펜을 잡은 작품이면 흔쾌히 출연에 응한다. 그가 집필한 드라마이자 현재 방영 중인 수목극 ‘상속자들’(SBS)에도 내로라하는 청춘스타가 즐비하다. 이민호 박신혜 김우빈 최진혁 크리스탈 박형식 김지원….

‘이 사람’은 바로 드라마 작가 김은숙(40)이다. 2003년 SBS 주말극 ‘태양의 남쪽’을 시작으로 지난 10년간 그는 동시대 드라마 작가 중 가장 화려한 성공 가도를 달려왔다. 특히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등은 ‘국민 드라마’로 불릴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왜 사람들은 그의 작품에 열광하는 걸까.

◇여성의 판타지를 건드리다=김은숙은 ‘상속자들’을 포함해 최근 10년간 드라마 9편을 썼다. 전부 SBS를 통해 방영됐거나 방송 중이다. 이들 작품 중엔 ‘대박’ 드라마로 분류되는 작품도 여럿이다.

23일 시청률 조사기관 TNmS에 따르면 김은숙의 최고 히트작은 ‘파리의 연인’으로 평균 시청률이 41.5%에 달했다. 재벌 2세와 평범한 여성의 러브 스토리를 그려낸 이 작품은 방영 당시 숱한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특히 주인공 한기주(박신양 분)의 “아기야 가자”는 지금까지 회자된다.

본보가 드라마 평론가들을 상대로 ‘김은숙 파워’의 이유를 물었을 때 이구동성으로 돌아온 답변은 그의 작품이 여성 시청자의 ‘판타지’를 자극한다는 점이었다. ‘신데렐라 스토리’를 통해 여성 시청자 욕망을 건드려 이목을 사로잡고 맛깔 나는 대사로 재미를 배가시킨다는 분석이다.

“전반적인 상황 설정은 뻔하다. 대부분 작품에서 일반인 여성이 재벌가 남성과 운명적 사랑을 하게 된다는 스토리가 반복된다. 하지만 ‘김은숙 드라마’가 대중에게 어필하는 건 그가 감각적인 대사나 재밌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신주진)

“‘판타지’를 허무맹랑한 이야기라 여길 수 있지만 시청자들은 이런 드라마를 통해 도피처를 제공받게 된다. 그의 작품을 볼 때 만큼은 고단하고 복잡한 현실을 잊게 되는 것이다.”(윤석진)

“남자 주인공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기도 했다.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 ‘시크릿 가든’의 현빈 등은 ‘까칠한’ 남성으로 그려졌는데, 이런 캐릭터는 요즘 여타 드라마에서도 자주 활용된다.”(김교석)

◇김은숙의 흥행 불패 신화는 언제까지?=김은숙은 지난 10년간 숱한 화제작을 배출했지만 현재 방영되는 ‘상속자들’ 성적은 신통치 않다. ‘비밀’(KBS2)에 밀려 동시간대 2위를 기록 중이다. 총 20부작으로 기획된 이 작품은 부유층 10대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드라마로 지난 9일 첫 방송됐다.

드라마가 아직 초반부인 만큼 이 작품이 시청률 반등에 성공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김은숙의 ‘자기복제’가 이제 벽에 부딪힌 것 같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상속자들’이 2009년 방영된 드라마 ‘꽃보다 남자’(KBS2)의 ‘재탕’ 수준이라는 혹평을 내놨다. 그는 “김은숙이 과거와 달리 현실과 많이 동떨어진 판타지를 그리고 있다”며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평범한 사람들은 위화감만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의 의견 역시 비슷했다. 그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조금씩 변주하는 방식으로 인기를 끌어왔는데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최근작들의 경우 조금씩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며 “‘상속자들’만 보더라도 흥미를 돋우는 포인트를 앞으로 만들어낼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