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넘어 함께하는 우리로 (42)] 정의·평화·생명 ‘새벽종소리’에 담아 시민사회 깨운다

입력 2013-10-23 17:13




궁정교회 이천진 목사

기독여성시민단체인 한국YWCA연합회에는 특별한 ‘남성’이 함께한다. 한국YWCA연합회 영성팀 전문자문위원이자 궁정교회를 담임하는 이천진 목사다. 그는 위원회 때만 얼굴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한국YWCA연합회에서 ‘이 간사’의 역할을 자처하며 시간과 재능을 YWCA 운동에 쏟고 있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까지 만들었을까. 한국YWCA연합회 홍보팀은 지난 18일 서울 청운동 궁정감리교회에서 이 목사를 만났다.

시민사회의 다양한 요구와 목소리가 들릴 때 운동의 중심을 잡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YWCA는 그 중심에 활동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영성을 두고 각 사람의 영성훈련을 모든 운동의 기초로 삼았다. 그래서 2011년 4월 한국YWCA 최초로 자체 영성 교재인 ‘새벽종소리’를 펴냈다. 총 3단원 15과로 구성된 이 교재를 이 목사가 집필했다.

새벽종소리 1단원은 한국YWCA 정체성, 2단원은 YWCA 정의·평화·생명운동, 3단원은 YWCA 운동가의 사명을 다룬다. 한국YWCA 운동에 깊은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아무리 신학적 지식이 있다 해도 쓸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새벽종소리는 단순한 영성 교재가 아니라 YWCA 운동을 신학적 차원에서 고민하고 신학적 근거를 뒷받침해 궁극적으로 하나님 나라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책이다. “이 교재는 YWCA 활동가를 온전하게 하는 훈련서로 각 사람이 하나님 나라 운동가로, 예수님 제자로 바로 서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래서 이 교재는 YWCA 활동가를 위한 맞춤형 제자훈련서입니다.”

YWCA가 여성 단체인 만큼 Y 위원 중 남성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 목사는 어떻게 YWCA와 인연을 맺고 Y 정신을 공유하게 됐을까.

“이화미디어고에서 교목실장으로 학원 사역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하루는 이대부고 채플에서 설교를 했는데, 아이들과 제가 서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YWCA 청소년위원회 위원장인 김태련 교장선생님이 저를 Y-틴 전국대회 주제 강연자로 초청했습니다. 당시 1시간30분 정도 강연했는데 YWCA 여러 위원들이 저와 아이들이 서로 교감하는 것을 보게 됐지요. 그리고 그 뒤에 있을 대학Y 전국대회의 주제 강연자로 또 요청했습니다. 토플러는 ‘제3의 물결’을 얘기했는데 저는 ‘제4의 물결, 영성’을 주제로 말했습니다. 그때부터 YWCA와 관계를 맺게 된 것입니다.”

이 목사는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이 그중 하나다. 이화미디어고에 있으면서 말씀이 학생들의 마음에 들어갈 수 있도록 짧은 영상과 PPT를 예배에 도입하기도 했다. 이후 Y-틴 또래집단 상담 교재인 ‘Y-틴 또래지기’를 만드는 데 참여하며 단원별 주제 말씀을 썼다. 또 Y에서 강사 요청이 많아지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한국찬송가공회 위원이며 21세기 찬송가 98장(예수님 오소서)과 203장(하나님의 말씀은)의 작곡자이기도 한 이 목사는 노래 가락으로도 Y 운동을 펼치고 있다. 2003년 YWCA에서 유치부 아이들을 위한 통일 교재 ‘친구야 반갑다’를 펴냈다. 이 목사는 이때 교재에 들어갈 7곡의 통일 동요를 작곡했다.

“당시는 통일의식도 미미했고 유치부 아이들을 위한 이런 교재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Y에서 그 일을 한다니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 노래를 시작으로 이 목사는 생명사랑공동체 운동을 하면서 YWCA의 대표곡이 된 ‘민들레의 소명’ ‘너와 함께 나눈 꿈’ 같은 노래를 단숨에 만들어냈다.

결정적으로 그의 가슴에 Y 운동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한 계기가 있었다. 2003년 YWCA 전국대회에서 이 목사가 전국대회 개·폐회 예배를 기획하고 연출을 한 것. 20세기를 마감하면서 그는 21세기에 필요한 영성으로 ‘나눔, 살림, 어울림’을 묵상하고 있었고 이 주제를 예배에서 회원들과 나눴다. 그리고 2004년부터 YWCA는 ‘섬김, 나눔, 살림’을 이루기 위한 생명사랑공동체운동을 중점적으로 펼쳤다. ‘섬김, 나눔, 살림’은 이 목사가 핵심으로 삼고 있는 성령의 영성이었다. “YWCA 생명사랑공동체운동을 성령운동으로 봤고, 이는 곧 생명운동인 것입니다.”

이 목사는 생명사랑공동체운동이 성령운동이라는 것을 신학적으로 뒷받침하는 50쪽 분량의 교육 자료를 준비했다. 회원Y는 이 운동에 뜨겁게 호응했다. 이 목사는 보름 동안 전국의 YWCA를 순회하며 이에 대해 강의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YWCA 활동가를 격려하고 YWCA의 시민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또 이 목사는 YWCA 운동 방향이 목적문에 명시된 ‘정의, 평화, 생명’ 안에서 공고히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신학적 확신을 활동가들에게 심어줬다. 영성 교재로 성경을 읽으면서 개개인이 스스로 Y운동과 정신에 젖어들 수 있도록 새벽종소리도 만든 것이다. “새벽종소리는 YWCA 활동가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Y 이사와 신임 실무자는 12명 이하의 소그룹으로 모여 이 교재로 YWCA의 정신과 운동을 배웁니다. 제가 직접 회원Y에서 소그룹 모임을 인도하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어린이집, 복지관, 상담소와 같은 YWCA 부속시설에 맞는 새벽종소리도 만들고 싶습니다.” Y운동에 확신과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YWCA의 정의, 평화, 생명운동이 곧 하나님 나라운동입니다. 이것이 제가 YWCA 운동에 동참하는 이유입니다. 시민이 주인인 사회가 하나님 나라입니다. 시민이 주인 되는 세상을 보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이 목사는 이 땅에 하나님 나라가 이뤄지기를 소망하며 움직이는 예수의 제자다. 그리고 그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 그는 목회로, 찬양으로, 예배 기획으로 그리고 YWCA 운동으로 헌신한다. 예수의 12제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생명을 품었던 것처럼 이 목사는 YWCA 활동가 각 사람이 예수의 제자 되어 생명을 살리는 하나님 나라를 오늘도 꿈꾼다.

정서연(한국YWCA연합회 홍보팀)

◇이천진 목사 약력

△감신대,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Wesley theological seminary(Doctor of Ministry) 졸업 △육군 군목, 이화미디어고 교목실장, 한국찬송가공회 음악전문위원 역임 △한국찬송가위원회 위원, 한국찬송가공회 위원, 표준찬송가 편집위원, 감리교어린이찬송가 편집위원장 △저서: ‘신명으로 부르는 우리가락찬송’ ‘이천진 목사가 쉽게 쓴 찬송가 이야기’ ‘새벽종소리’ △음반: 우리가락찬송 음반 ‘성령의 바람’ △작곡: 21세기 찬송가 98장 ‘예수님 오소서’, 203장 ‘하나님의 말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