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목사의 시편] 모두가 승자가 되는 가정
입력 2013-10-23 17:12
지난 20일 대법원이 발간한 ‘2013 사법연감’은 황혼이혼(결혼기간 20년 이상)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지난해 접수된 11만4316건의 이혼사건 중 결혼 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의 이혼은 3만234건으로 전체의 26.4%를 차지했다. 이것은 신혼이혼(결혼기간 0∼4년) 2만8204건을 추월한 수치다. 특히 30년 이상 결혼생활을 하다가 헤어진 경우만 무려 8600건이 넘었다.
이 현상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여성들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여성들이 기존의 가부장적 관습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사랑하는 자녀들이 받게 될 충격을 고려하여 자녀들이 성인이 되는 시점까지 참다 보니 황혼이혼이 급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조인들의 증언을 빌리자면 “자식들을 다 키워 놓고, 이제는 나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내일 죽어도 남은 인생을 하루라도 편하게 살고 싶다”는 여성들이 많아진 것이다. 한마디로 수십 년간 쌓여온 여성들의 ‘한(恨)’이 이런 사회적 현상을 일으킨 기폭제가 되었다는 뜻이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상당히 대조적인 기사가 등장했는데 최근 한 주요 일간지가 공모한 ‘논픽션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남(男), 혼자 죽는다: 무연고 사망자 83인의 기록’에 대한 보도였다. 이 르포는 6명의 젊은이들이 직접 뛰어다니며 모은 정보들을 기초로 83명의 무연고 사망자들의 삶을 재구성한 것이다. 사망자들 중에 77명(92.8%)이 남성이었고 그들 중에는 명문대 출신의 공직자, 사업가 등도 있었다.
이 르포팀의 결론은 ‘한국 남성이 지고 있는 과도한 경제적 부담이라는 사회적 압력이 이들을 무연고자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 팀원은 “남에게 의존하는 남성을 무능력하게 보는 사회적 분위기도 이들이 체면이라도 지키려고 주위 사람과 연락을 끊게 만든다”고 분석했고, 또 다른 여성 팀원은 “이들을 위한 복지 정책도 필요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 남성들이 지고 있는 부담을 나눌 수 있는 실질적인 남성평등이 중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여기서 몇 가지 결론을 내릴 수가 있다. 첫째, 현재 우리나라 부부들의 상당수가 피해의식 아래 짓눌려 살고 있다. 한마디로 모두가 불쌍한 패자일 뿐 승자가 없다. 부부가 서로를 향해 가해자라고 비판하고 있는 셈이다. 둘째, 상당수 부부들이 실질적인 소통을 거부한 채 상대방에 대한 분노와 좌절을 마음속에 켜켜이 쌓기만 하고 있다. 따라서 상당수 가정의 평온함은 진정한 평화가 아니라 시한폭탄이 터지기 직전의 적막함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라도 가족들이 허심탄회하게 마음 문을 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 가족들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박힌 피해의식들을 뽑아내자. 그래서 모두가 패자가 되는 분노와 좌절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보자. “곧 하나님이 해 아래에서 네게 주신 모든 헛된 날에 네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즐겁게 살지어다. 그것이 네가 평생에 해 아래에서 수고하고 얻은 네 몫이니라.”(전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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