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史를 바꾼 한국교회史 20장면] (16) 한국기독교 100주년 선교대회

입력 2013-10-23 17:09


‘복음 100년’ 감사·회개…

교계, 갈등·반목 벗어나

사랑 실천운동 꽃피워


1984년 8월 15∼19일. 서울 여의도광장에는 교단을 초월해 연인원 400만명의 개신교인이 모였다. 강단 중앙에는 대형 십자가가 걸렸고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라’(사43:19)는 표어가 붙었다. 태극마크 중앙에 자리잡은 십자가에서 부흥의 불길이 타오르는 마크는 행사가 어떤 목적을 지니고 있는지 보여줬다. 드넓은 광장을 가득 메운 수십만명의 기도소리는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웅장했다. 한국 땅에 개신교 신앙이 전래된 지 100년을 축하하는 ‘한국기독교100주년 선교대회’의 진풍경이었다.

매머드급 선교대회의 시작은 1980년 12월 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교회 대표 지도자로 손꼽혔던 한경직(영락교회 원로) 강원용(경동교회 원로) 지원상(기독교한국루터회 전 총회장) 박치순(해방교회 원로) 목사 등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권, 진보와 보수 교계를 아우르는 교계 지도자 10여명이 서울YMCA 회관에서 선교100주년기념사업 범교단 협의체 구성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그리고 “1885년 언더우드 아펜젤러 선교사에 의해 시작된 한국 개신교 100년 역사를 기념하고 감사와 회개, 결단의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개신교 20개 교단, 26개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다음해 1월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 총회를 개최했다. 총재에는 한 목사가 추대됐다.

4년간 준비 끝에 열린 선교대회에선 한 목사를 비롯해 김준곤 강원용 조용기 이호문 신현균 피종진 이만신 목사 등 내로라하는 유명 목회자들이 설교했다. 특히 마지막날에는 세계적 부흥 전도자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등단해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영접할 것을 도전했다. 통역은 현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가 맡았다.

강단에선 민족과 교회에 베푸신 하나님의 은총과 축복에 감사드리고 한국교회에 주어진 민족 구원의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고 무사안일에 빠진 지난날의 잘못을 회개하는 기도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한국이 세계 선교를 책임지는 민족으로 나서자는 메시지가 선포됐다.

첫째 날 ‘감사와 회개의 밤’을 시작으로 둘째 날 ‘화해와 일치의 밤’, 셋째 날 ‘교회 성장과 교회 갱신의 밤’, 넷째 날 ‘민족통일과 평화의 밤’으로 성회를 가졌다. 마지막날 100만명이 모인 예배에서는 ‘한국 복음화와 세계 선교를 위해’ 간구했다. 참석자들은 분열의 역사를 넘어 화해의 사도로서 민족화합, 평화통일의 사명을 다하고 교회 갱신의 기치를 높여 선교 2세기로 나아간다는 교회상을 선포했다.

김준곤 목사는 당시 ‘선교 100년사의 감사와 회개와 헌신’이라는 설교에서 “교회 싸움에 경관들이 동원되고 폭력·폭언 파당싸움이 터지면 어김없이 국난이 일어나곤 했다”면서 “교권 싸움을 그만두고 하나 되어 사랑의 적극적인 사회적 실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호와 하나님을 민족의 하나님으로 삼고 예수 그리스도를 민족의 주로 삼으며 성령이 우리 민족 마음마다 역사하고 성경은 우리 민족의 신앙과 행위의 표준이 되게 하자”고 선포했다.

선교대회장에는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인탁(레슬링)씨 등 크리스천 선수들이 등장해 간증했다. 정동제일교회 광림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영락교회 등 대표적 교회에선 교역자, 평신도, 청년, 여성, 해외 등 분과별 선교대회가 열렸다. 역사적인 대회는 박치순 목사의 폐회 선언으로 막을 내렸다.

대회는 ‘사랑의 실천운동’으로 승화됐다. 시각장애인 무료 개안수술 전문병원(현 실로암안과병원)과 사랑의 헌혈운동, 불우아동 결연사업 등이 이어졌다. 선교대회 당시 사무총장을 맡았던 강병훈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 이사장은 “한국선교 100주년을 축하하고 지난 역사를 정리한 선교대회를 통해 교계가 갈등과 반목의 상황에서 한마음이 됐다”며 “특히 복음을 전해준 서구 선교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양적 성장에서 나아가 사랑실천운동을 통한 성숙을 도모하고 민족통일과 세계 선교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서울신대 유석성 총장은 “1984년 당시 한국교회는 성장기에 있었고 사회적으로도 호의적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선교대회가 축제 분위기에서 열렸다”며 “그러나 지금은 개신교가 사회적 신뢰도를 잃고 침체기와 정체기에 있는 만큼 매우 중요한 시기에 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총장은 “복음의 본질은 사랑과 정의, 평화를 행함으로 사회정의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데 있다”면서 “한국교회는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를 계기로 사회정의 평화라는 본질적 사명을 되찾고 사회적 신뢰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자문해주신 분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 △박용규 총신대 신대원 교수 △이덕주 감리교신학대 교수 △이상규 고신대 부총장 △임희국 장로회신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