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본보와 전화통화 “난 노무현 정부와 상관없다…채동욱과 교감설 어이없어”
입력 2013-10-23 01:58 수정 2013-10-23 02:46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자신의 행동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정치권과 여론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국정원 수사’를 지키려 했을 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행동을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해석하는 정치권과 선을 긋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지청장은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변호사를 하다 DJ 정부 후반 심상명 법무부 장관 때 특채로 검찰에 돌아왔다”며 “노무현 정부와는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 2월 검사로 공식 임관된 건 맞지만 2002년 12월에 재임관 신청을 했고 임명장도 심 장관에게서 받았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이 국가정보원 사건을 담당한 윤 지청장과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통합진보당 경선 대리투표 사건의 재판을 맡았던 송경근 판사 등을 ‘노무현 정부 특채 인사’로 지목하며 민주당과의 연계성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한 반론이다.
윤 지청장은 “참여정부나 민주당 인사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독하게 수사했다”며 “검찰 내부에서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언급했다. 윤 지청장은 실제 민주당과 여러 차례 악연을 맺어 왔다. 2006년 서울서부지검에서 수사 중이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비호 의혹 수사팀원으로 참여했고 노 전 대통령 딸 정연씨의 미국 고급 아파트 매입 의혹도 수사했다.
윤 지청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대선자금 수사팀에 합류해 민주당 이상수 전 사무총장을 구속했고, 노 전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내가 청구했다”며 자신이 수사했던 인사들을 하나하나 거론하기도 했다.
또 자신의 행동을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연관시켜 해석하는 시각도 강하게 부인했다. 윤 지청장은 “채동욱 선생이 지금 어디 계신지도 모른다”며 “(국정원 수사와 관련해 채 전 총장과 교감하고 있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했다. ‘윤 지청장이 17일 채 전 총장을 만났다’는 여권 일각의 소문에 대해선 “17일에는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해 조사하다 직무배제 된 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단둘이 맥주 한 잔하고 집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윤 지청장은 1996년 춘천지검 강릉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고 2002년 검찰을 떠나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2003년 검찰 복귀 후 대구지검 특수부장, 대검찰청 중수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거치며 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했다.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아 후배 특수통 검사들이 ‘맏형’으로 따랐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 지청장의 국감 발언을 놓고 “평소 스타일처럼 수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인정한다”면서도 “상관 예우 측면에선 아쉬운 부분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웅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