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수사 내분’ 감찰] 대검 전격 감찰 착수·후임 수사팀장 물색 왜?

입력 2013-10-22 18:29 수정 2013-10-23 04:15


대검찰청이 서울중앙지검의 국가정보원 특별수사팀과 지휘부가 보인 자중지란에 대해 ‘정식 감찰’과 ‘후임 팀장 인선’이라는 정면 돌파 카드를 꺼내들었다. 조속히 시비를 가리고 조직을 안정시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국정감사 발언을 ‘항명’ ‘기강문란’ 등으로 규정한 여권의 강경 기류와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릐전격 감찰·후임 팀장 물색, 왜?=길태기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22일 국정원 수사 과정의 보고 누락 등에 대해 감찰 지시를 내리며 ‘철저한 감찰’과 ‘엄정한 책임 추궁’을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외압 의혹과는 별개로 윤 지청장이 내부 결재 절차를 어기고,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국감에서) 공개한 데 대해 수뇌부가 격노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 지청장이 국감장에서 지휘라인에 직격탄을 날린 게 감찰의 직접 이유가 됐다는 의미다. 대검은 윤 지청장의 ‘돌출행동’이 지휘부 리더십에 큰 타격을 줬다고 판단했고 서울중앙지검의 진상보고가 올라오자마자 감찰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나를 감찰해 달라”며 대검에 공개 요청한 것도 진실공방이 이어지면 조직을 지휘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다. 대검에 윤 지청장 감찰 명분을 제공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대검은 윤 지청장을 대신할 후임 수사팀장 인선에 착수했다. 수사팀은 윤 지청장이 직무 배제 명령을 받은 뒤 박형철 공공형사부장이 이끌고 있다. 박 부장이 이번 사안에서 윤 지청장과 보조를 같이 한 터라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는 새로운 인물을 수혈할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자는 선거법을 잘 알고 조직을 장악할 공안부 출신의 고참 부장검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 일각에서는 대검이 감찰 결과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철회하거나 내용을 축소하는 데 근거로 삼으려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사팀이 독자적으로 감행한 공소장 변경 신청 과정의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을 수 있다는 말이다.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 등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과 관련해 사전에 조직 기강 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릐내분 조기 수습 가능할까=대검 간부들은 윤 지청장의 행동에 대체로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팀이 결과적으로 국정원 직원 체포, 공소장 변경 신청 등 하려는 것을 다 했는데 상급자 입장을 너무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수부 검사들은 침통해하며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윤 지청장은 국감 당일 수사팀 및 일부 특수부 검사들과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현 상황에 대해 토로했다고 한다.

그러나 윤 지청장 등 수사팀에 책임을 묻는 감찰 결과가 나오거나, 공소장 내용 수정 등에 나설 경우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젊은 검사들 사이에선 대검과 법무부를 외압의 진원지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