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 포도대장 내려놓고 SK 2군감독으로
입력 2013-10-23 05:28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포수로 이름을 날린 박경완(41)이 은퇴와 함께 2군 감독으로 직행한다.
SK 구단은 22일 “박경완이 최근 구단과의 면담을 통해 23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은퇴를 최종 결정했다”며 “박경완은 23일부터 SK 퓨처스(2군) 감독으로 부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2군 선수를 지도한 김용희 2군 감독은 유망주 발굴·육성을 책임지는 육성 총괄 겸 스카우트 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1991년 전주고를 졸업하고 쌍방울에 입단한 박경완은 23시즌 동안 타자의 허를 찌르는 영리한 수 읽기와 볼 배합으로 시대를 평정했다. 특히 같은 팀 투수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해 1998년·2000년(이상 현대 유니콘스), 2007·2008·2010년(이상 SK)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이 때문에 SK 시절에는 그를 ‘전력의 절반’이라고까지 칭송하기도 했다.
뛰어난 투수 리드 못지않게 장타 능력도 빼어나 하위 타순의 4번 타자로 맹활약했다. 박경완은 통산 204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9를 남기는 데 그쳤으나 홈런 314개, 995타점을 수확하며 한 방을 과시했다. 이승엽(삼성·358개), 양준혁(은퇴·351개), 장종훈(은퇴·340개), 심정수(은퇴·328개)에 이어 역대 통산 홈런 5위이자 포수로는 최다 홈런을 남겼다. 또 현대에서 뛰던 2000년 5월 19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국내 최초로 4연타석 홈런을 치고 새 이정표를 세웠다. 2000년 40홈런, 2004년 34홈런을 쏘아 올려 두 차례 홈런왕에 올랐고, 1996년, 1998년, 2000년, 2007년 4차례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공수를 겸비한 포수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만수 감독 부임 이후 부상 등이 겹쳐 입지가 좁아진 박경완은 3년간 26경기 출장에 그쳤고, 지난 6월 18일 2군에 내려간 이후 다시 1군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박경완은 구단을 통해 “지금 현역을 마무리하는 것이 명예롭다고 생각했다”며 “팬들에게 지도자로서도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SK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박경완이 지도자 수업을 본격적으로 받으면서 차기 또는 차차기 SK 감독으로 올 가능성도 커졌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