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분’ ‘정치댓글 의혹’ 공방] 野 “대통령 입장 표명해야”
입력 2013-10-23 05:38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댓글 의혹 사건이 확산되면서 민주당 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정선거’ ‘대선 불복’ 등 한동안 금기시된 용어들도 쏟아졌다.
민주당은 22일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와 규탄대회를 열고 투쟁 의지를 불태웠다. 의총에 참석한 의원 62명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수사 외압의 몸통’으로 지목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남재준 국정원장·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격앙된 분위 속에서 진행된 의총에선 ‘대선 불복성 발언’까지 나왔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 사안의 본질은 유례없는 선거 부정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설훈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 대선 자체가 심각한 부정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 결과가 승복할 수 있는 것이었느냐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고 열변을 토했다. 정세균 의원도 트위터 글을 통해 “옳은 것을 말하는데 대선불복으로 비쳐질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강경론에 힘을 실었다.
김한길 대표는 지난달 16일 국회 사랑재에서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3자 회동을 했을 때 박 대통령이 “제가 댓글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건가”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KBS1 TV에 출연해 박 대통령이 상당히 격앙돼 자신에게 이같이 언급해 “그거야 모르지요. 계량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답변했다고 비공개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국정원의 트위터 글이 (대선 당락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그게 아니었으면 박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았을지는 다 모르는 일”이라며 “누가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대선불복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정호준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헌정 사상 초유의 국가기관 대선개입과 국정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댓글 수사에 대한 외압 사건을 대선 결과와 연관지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국정감사가 아니었으면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에 관한 의혹들을 이렇게 키우지도 못했다”며 “열 받지만 장외로 다시 나갈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은 황 장관과 남 원장, 조 지검장의 해임을 촉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 장관은 외압의 몸뚱이, 서울중앙지검장은 외압의 하수가 된 작금의 사태가 이 정권의 본 모습”이라며 “국정원장의 수사기관 우롱과 법무부 장관의 권력남용은 전적으로 박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엄기영 정건희 기자 eom@kmib.co.kr